해맑은 미소

(미소25) 선물

가랑비01 2005. 5. 17. 14:01

 

<선물>2005년5월

 

'아빠 다녀 오셨어요?"

"응. 아직 안 잤니?"

 

"아빠! 아빠!

이거 봐라.

 선생님이 벽에 붙이셨어.

이거는 '김밥', 이거는 '우산', 이거는 '시계', 이거는 '밤'이야"

 

"우와!  선생님이 직접 붙이셨구나. 미소는 좋겠다."

"아빠! 그리고 이거 봐봐라~.

선생님이 주셨어.

이거는 '가위', 이거는 '필통', 이거는 '지우개', 이거는 '연필'이야. 또 이거는 카드야."

 

오늘 나는 처음으로 한글 학습지를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오래 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학습지 선생님은 키도 엄청 크고 우리 엄마보다 젊었다.선생님은 오시면서 예쁜 문구세트를 선물로 가져 오셨다.연하늘색의 박스 안에는 연하늘색의 여러 가지 문구들이 골고루 들어 있었다.

 

나는 너무너무 기뻐서 동심이 형아에게 자랑하고 퇴근하는 아빠에게도 자랑했다.사람들은 내가 어린이 나라 장난감점 아들이라 장난감 속에 파묻혀 살아서 좋겠다고 하며 아이들도 부러워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장난감이 그렇게 많지 않다.내가 노는 장난감의 대부분은 동심이 형이 가지고 놀던 것이고 나에게 새로 준 장난감은 몇 개 안 된다. 팔다가 남은 장난감 몇 개가  내 차지가 될 뿐이다. 어제도 장난감 벨트를 아빠가 주었는데 작동이 잘 안 돼서 짜증이 났다.엄마는 작동이 잘 되는 새 것을 주라고 하지만 아빠는 동심이 형아에게는 있는 대로 새 것을 다 주었으면서 나에게는 인색하다.

 

아빠는 장난감이 많은 것보다 적당히 있는 게 좋다고 하시며 장난감을 잘 안 주신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장난감을 주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장난감을 선물로 주지 않았다. 어린이 날 대목 보신다고 외할머니 댁에 우리를 맡기어 놓고 장난감을 팔고나서, 우리들에게는 어린이 날 선물로 장난감은 안 주셨다.이 번 어린이날에는 엄마는 옷을 선물로 주었는데 아빠는 선물을 줄 것같이 말씀하시더니 아무 말이 없으시다.

 

사실 한글 선생님이 나에게 주신 문구세트는 나에게 별로 필요없는 문구세트이다.내가 쓸 만한 것은 들어 있지 않았다. 나에게 불필요하더라도 나는 선물을 받았다는 자체가 즐겁다.

 

나는 문구세트를 뜯지않고 매일매일 아빠가 집에 올 때마다 문구세트를 자랑하며 흐뭇해한다.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문구세트를 만져 보고 들여다 본다. 나는 연하늘의 선물포장 자체가 마음에 든다. 나는 문구세트를 며칠 동안 꺼낼 때마다 즐겁고 한글 선생님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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