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새로운 시작

가랑비01 2007. 3. 17. 07:30

 

 

13년의 긴 시간 동안 같이 했던 가게를 접으면서

울지 않겠다고 했는데

눈물이 한없이 흘러 내렸다.

잘 선택한 일인지 마지막까지 아쉬움이 남으면서

내 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가게를 하자고 해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긴 세월을 보낼지 몰랐다.

 

내 마음이 이럴진데

최선을 다해 점포를 운영한 내 남편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하나하나 물건들을 닦고 치우고 진열하고 챙기는 모습이

옆에서 바라보니 눈물 날 정도로 안스러웠다.

가게를 하면서 가장 열심히 일하던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최선을 다해서 끝내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이들의 충격은 더 했다.

장난감 속에서 늘 우리집이 부자라고 우쯜거리던

큰아이와  작은아이

지금도 작은 아이는 "우리집이 장난감 가게 계속했으면 좋겠어 "라고 한다.

이제는 응 "아빠 오시면 장난감 가게 가서 사자" 하면서 아이를 달래 본다.

이제 우리 가난하게 살아야 해

물건도 아껴쓰고, 장난감도 오래 가지고 놀고, 지금부터 학용품도 사서 써야 하니까

돈도 많이 들고...

아이들에게 이제 가게에 넘쳐나던 물건이 사야되고 귀하게 얻어야 된다는 걸 알게 해 준다는 면에서는

가게를 정리한 이점이 되었다. 라고 위로해 보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지나가면 아이들도 "아줌마 뭐하세요

다시 장난감가게 해요"

그래 아이들에게 동심이 남아 있는 곳이었구나

그리고 내가 장난감 가게를 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인기가 있는 줄 몰랐다.

 

다 정리하고 나니 편안했다.

혼자 있는 시간도 갖어보고

뭔가에 쫒겨 불안하고

어디를 가도 편하지 않았는데

좋다.

그래도 아침에 청소를 다 하고 가게를 지키고 있는 신랑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건

지금도 아쉽다.

 

혼자만의 여유도 즐겨봤다.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건  또 다른 희망을 갖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추운 겨울 바람을 이기고 피어나는 복수초에 발길이 머물렀다.

 

 

 

 

 

어린이나라 산타를 이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찾아주시고 아껴주시던 모든 님들에게 진심으로 무지무지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내는 가슴 아리는 아픔이지만 더 큰 사랑을 이루는 시작이 되리라 믿습니다.

가시는 걸음걸음 소망으로 가득차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어린이나라 지킴이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