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오만원짜리 매미

가랑비01 2005. 3. 27. 08:57



<<<2004년8월1일 일요일>>>
( 매일 쓰는 게 일기라는 데 몇 달 후 생각나서 기록하는 것은 무어라 부르지요?)



오늘은 날씨가 아주 맑고 화창한 일요일이다. 열대야 무더위로 밤새내내 잠 못 이루고, 음악방에 갖혀서 밤새껏 고생하여 멍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여, 푹푹 찌는듯한 한낮이 되었다.

 

아침 새벽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며 잠을 깨웠던 매미는 한낮이 되자 여기저기서 온 동네를 매미소리로 파묻히게 했다.

나는 피곤하고 졸린대도 잠자코 꾸벅꾸벅 앉아 있을 수 가 없었다.즐겁게 잘 놀고 있는 세살바기 아들에게 물었다.
"저거 뭔 소리야?"

"매미소리"
"그래, 맞았다. 매미소리야.매미 잡아 줄까?"

"예"

매미채와 매미집을 챙겨서 신나서 소리 지르는 아들을 손에 잡고 매미를 잡으러 떠났다.서울이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동네는 매미가 아주 많고 아주 쉽게 잠깐 사이에 많이 잡힌다. 하도 많이 잡혀서 잡기 어려운 어렸을 때와 비교 할 때 희소가치가 떨어 진다.

 

 아이에게 가볍고 멋있게 금방 잡아 줄려고 했는데 오늘 따라 날쌘 매미만 모여 있었는가 놓치기 일수였다. 나의 순발력이 이정도인가 생각되니 오기가 나기 시작했다.기어이 몇마리 보란듯이 잡아 아기에게 꼭 선물 해야지 하면서 멀리 떨어진 골목들까지 계속해서 매미를 찾아 갔다.

어느 골목에 많은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한옥집을 지나게 되었는데 매미가 무더기로 집안에서 울고 있었다.전부다 나무위 아주 높은 곳에 달라 붙어서 울고 있었다. 포기하고 그냥 가려고 하는데 담장과 가까운 낮은 나무의 뒤쪽으로 매미가 낮게 달라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낮게 달라 붙어 있어도 나무 뒷쪽으로 붙어 있고 바로 차가 담장에 주차 되어 있어서 각도가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가기로 했다.

그냥 가기는 아깝고 잡기 힘든 매미 그냥 건드러나 보고 갈려고 매미 옆을 매미채로 두들기는 데도 안 날아 갔다.흐미 열받어 도망 가야 하는데 약오르게 옆을 두드려도 꼼작을 안하네. 기어이 잡아야겠다,그냥 갈 수야 없지.주차된 차 뒷쪽의 담장에 손을 잡고 안간힘을 쓰면서 매달려 가까스로 매미채를 휘두르는 순간 발이 미끌 하면서 몸이 살짝 떨어 졌다.

몸이 미끌려 떨어지면서차 차 뒷쪽의 날개같이 부착된 것을 살짝 스쳤을 뿐인데 오래된 차라 파삭 뿌지직하면서 금이 가고 탁 부러져 버리네. 아이고 이를 어쩌나. 당황스럽고 황당하며 아무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추스리고 카센터하는 선배한테 손전하로 물어보니 부러진 부분을 잘 모르겠으니 차를 가지고 와야 견적이 나오는데 일요일이라 부속가게가 휴일이니 처리는 내일이 되야 가능 하단다.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차주인에게 전화해서 매미를 잡으려고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되었으니 미안하고 부속가게가 쉬는날이니 차를 가지고 가서 내일까지 처리 해 주겠다고 이야기 했다.그 말을 들은 차주는 인천에서 처가집에 왔는데 오늘 돌아 가야 하고 안면이 많은데 그냥 나두라고 했다.그러고 보니 안면이 아주많고 알만한 사람들이었다.

 

그냥 가자니 입장을 바꾸어 보면 헌 차여도 파손이 되었으니 그냥 보내기는 오히려 더 미안해졋다.그래서 안 받겠다는 걸 손에 잡히는대도 몇 장의 화페를 꺼내서 주고 잡힌 매미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 왔다.

집에 돌아와서 사실대로 옆지기에게 보고하니,"휴가가자고 했더니 돈 벌어야 된다고 매장 문 열어 놓고 순식간에 거금 오만원을 날리고 왔단 말이쥐.그 돈이면 지금 남해안 고향 가서 피서 즐기고 있을 텐데 으이고" 하며 웃는다.으미 기죽어.


"자! 5만원 짜리 매미 구경하세요.
아주 귀하고 사연많은 비싼 매미여요.
우리 아저씨가 직접 어렵게 구해 왔대요"

(이번 여름은, 매미 이야기만 나오면 옆지기에게 무조건 양보하는 기나긴 여름이 되었다,흑흑) 

ㅡ오늘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보리수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