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첫경험

가랑비01 2005. 3. 27. 23:49

 

 

<<< 음악 채팅방에서의 첫 경험>>>


불볕더위로 인한 열대야 현상으로 한밤중까지 달구어진 대지와 건물이 마냥 뜨겁기만 하다.잠을 이루지 못하고 업치락 뒤치락 하다가 친구방에 들어가니 다들 여름 피서들을 떠났는 지, 카페창에 하나도 안보이고 쥐죽은 듯 조용 하기만 하다.

 

엇그제 한밤중에도 바글거리던 친구들이  모두 쥐구멍으로 깊이 숨어들고 멀리 산으로 바다로 떠나 뜨거운 밤을 나름대로 지새우고 있는가 보다.

컴 글자판 두드리는 걸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친구들의 채팅 제의가 들어오면 대화방에 들어가서 우물쭈물 몇자 적을려고 하면 꼭 영문자가 쳐지기 시작하여 당황스럽게 하고,한글로 전용이 잘 안 되서 헤매다가, 겨우 안간힘을 다해 글자 치고 화면을 쳐다보면 벌써 이야기의 주제가 바뀌어 버려서 무슨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지 어리벙벙하기만 하다.

컴에 내장되어 있는 한글타자연습에 들어가 열손가락으로 연습하면 재미가 없고 힘들고 몇 분이 왜 이렇게 길게 느끼어 지고 아주 늣은 지각생이 발버둥 치는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울아들 글쓰기 싫어서 몸부림치는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새로 공부를 시작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해도 몇 자만 두드리고 나면 손목,팔,다리,허리,삭신,눈 안 아픈데가 없네. 아고 몇자 적어 보는 몇 분의 시간이 와 이리 길고 지루 한 지.그나마 연습하는 것도 하루 이틀을 못 넘긴다.나의 인내력이 이 정도라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나 자신이 존경스러워 보인다.

끈기없이 일을 추진하는 것을 작심삼일이라고 누가 깔보고 비웃었을까.작심삼일이 존경스럽고 위대해 보이기 시작한다.삼일이라는 기간도 엄청 긴 시간이다.작심삼일 열 번이면 한 달을,백 번이면 일 년을 부지런히 일을 추진할 수 있으니 작심삼일 할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하도다.

아무튼 약간의 타자 연습을 하고 채팅에 응하면 연습 했던 것은 어디로 사그리 까먹고 급하게 독수리 타법으로 나간다.열심히 치고 나서 화면 보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하나도 모를 때가 많다.


이런 나에게 어느 후배가 조언 해 주었다.일단 당황하지 않고 타자를 잘 치려면 채팅문화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단다.그리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음악채팅방에 들어가 첫 인사만 하고 잠수하면서 한 번씩 타자를 치다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알려 주었다.

드디어 오늘 8월1일 일요일 오전 2시 친구방에 아무도 없고 해서리 어느 채팅음악방을 처음으로 찾아 들어 갔다.


"안녕하세요?"

"ㅡㅡㅡㅡㅡ "
"반갑습니다"

"ㅡㅡㅡㅡㅡ "

"아무도 없어요?

"ㅡㅡㅡㅡㅡ "


'응,방장이 외출 중이거나 휴면 중인 방인가보다,잘 됐다, 타자 연습이나 해야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더운 열대야에 나홀로 달밤에 춤을 추네!"
............................................................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붙잡을 수 있나요"

"~~~~~~~~~~~~~~~~~~~~~~~"
"어! 누구세요?"

"dkssud"
"어, 무서워요. 사람이여요?"

" qksrkdnj 예 사람이어요"


"어디 갔다 오셨나요?"

"잠시, 무엇좀 하느라구요"
"음악 좀 들으려 왔는데요"

"음악을 틀어 줄 수가 없네요. 초보라."


"초보가 어떻게 음악방을 개설 했나요?"

"음악방에 들어와서 잠수하면서 음악을 들으려고요"

(우와 나하고 비슷한 초보 탈출 취미네)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에 음악방 방장이 방장 권한을 저에게 넘기고 나가 버렸어요.나갈려고 하는데 나갈 길이 없어요. 나갈려고 한참을 몸부림쳐도 나갈 길이 없네요.일단 방장 권한을 사랑님에게 넘길테니 어떻게 해 보세요"
" 우앙! 절대로 안돼요.저는 글도 잘 못 치는왕초보란 말이여요."


글을 쓰고 화면을 바라 보니 이미 방장 권한의 왕관이 나의 닉위에 씌워져 있었다.

" 안돼요.어떻게 해 줘요.난 몰라. 앙!"
"그러시면 방장 권한을 나에게 다시 넘겨요"
......내가 계속 노력해도 나가기도 안되고................


"진짜루 아무것두 모른다니가요,흑흑. 어떻게 해 줘요, 앙.제가 방을 지키고 있을 테니 나가서 다른 음악방에 들어가서 자세히 물어보고 와서 꺼내어 주세요,제발"
"그럴수는 없지요.일단 왕관을 저에게 다시 넘겨요"
.........나는 설명을 들으며 시도 했으나 못나갔다.........

"힘내요! 힘!"


........여기를 어쩌구 저기를 저쩌구 열심히 시키는 대로 계속 발버둥 쳤다........


.........그러던중 어느 순간에 음악방 밖으로 튀어 나왔다..............


만세를 부르며 보니 그(녀?)는 아직도 음악방에 남아 있었다.그래서 그(녀?)에게 쪽지를 보내서 물어보니 밖으로 나왔다고 쪽지가 와서 작별 인사를 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이번에는 사람이 많은 음악방에 들어 갔다.들어가서 간단히 인사하고 나서 보니 그(녀?)도 먼저 와 있었다.조용히 잠수를 하는데 쪽지가 와서 아까 상황을 물어 보면서 교환 했다.정말로 나오지 못해서 혜매었는데 내 덕분에 나왔다고 감사하다고 한다.왕초보 뒷발질하다 개구리 잡은 격이다.


그후 나는 다시는 채팅공포증으로 혼자 아무 방이나 무서워 못 들어가고 채팅제의가 오면 덜덜 떨면서 무조건 도망간다.
(그의 성별이 궁금하다고라? 더 이상 가르켜 주면 나 집에서 컴 접근차단 당할 지 모르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