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동심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유시민

가랑비01 2009. 11. 1. 06:16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유 시 민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역사를 창조하는 것은 수많은 민중인가, 소수의 뛰어난 영웅과 천재인가? 역사는 어떤 필연적인 법칙에 따라 발전하는가, 아니면 그때그대의 우연한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변화할 뿐인가? 역사의 심판이란 정말 있는 것인가? 그리고 역사의 심판은 무엇인가? 역사가들이 쓴 역사는 얼마만큼 진실인가?

 

  객관적 실재로서의 역사는 인간 사회와 문명이 변화하고 발전해 가는 과정 그 자체로 과거에 인간 사회에서 일어난 연속적인 사건 그 자체이다. 주관적 인식의 표현으로서의 역사는 역사가에 의해 쓰여진  '과거의 사건 또는 사회 문명의 변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인 한 '이야기하는 사람'의 기분이나 희망, 나름의 세계관이나 이해관계에 맞추어 적당히 꾸며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간이 쓴 역사를 사실 그대로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지식이 아니다. 이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를 비롯하여 모든 역사책을 객관적인 진리로 받아 들일 것이 아니라 비판적 눈으로 보아야 한다.

 

 오늘의 생활에서 무엇인가 불만스럽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 더 나은 미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일에 비추어 봄으로써 현재를 깊이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 위에서 미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으며 또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어렴풋이 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역사는 필요하다. 역사는 우리에게 단순한 관찰과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역사가가 아니다. 역사는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이며, 오늘의 역사는 오늘을 사는 사회적 인간이 짊어지고 가는 삶의 일부이다. 역사의 심판도 후세의 역사가가 아니라 인간이 실천을 통해 이룩하는 사회의 변화가 내리는 것이다. 역사에 업적을 남긴 창조적 소수자는 그 시대까지 인간이 이룩한 가장 높은 가치와 이념을 실천하려고 한 사람들이다. 대중은 소수 지도자의 창조적인 역사의 원천인 동시에 최종적인 심판자이다.

 

 역사는 그 나라의 주인이 된 종족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역사이여야 한다. 정신이 빠진 역사를 가진 나라는 정신이 없는 나라가 된다. 자기 중심으로 자기를 자랑하는 역사가 없고 지난날의 일그러진 역사를 단호하게 심판하지 못하는 민족의 미래에는 진보가 없다.

 

                                              출전: 내 머리로 쓰는 역사 이야기 / 유 시 민 / 푸른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