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01 2013. 10. 4. 10:07

거지

 

 

우이천을 산책하고 있는데 이슬비가 내립니다. 빗방울에 하나둘 낙엽이 집니다. 이 비 그치면 단풍이 울긋불긋 몸단장을 하겠지요. 강북구와 도봉구를 연결하는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는 동안 어렸을 때 보았던 학교 가는 길 다리 밑에 움막이 아스라히 지나갑니다.

우리 어렸을 땐 고향 어디를 가나 다리 밑에는 거지들이 항상 우글거렸습니다. 거지들은 하루에도 몇 번 마을에 들어와 동냥을 하러 왔습니다. 마을에 찾아오는 거지들은 대부분... 낯선사람들이었습니다. 때로는 근처 삼신산에 사시는 백발 할아버지들도 내려오셨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인심이 후해서 자신들은 굶더라도 거지들에게는 정성껏 적선을 하였습니다.
아이들도 거지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그들을 놀리기도 하지만 궁금해하며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직접 낳지 않았고 다리 밑에서 아이를 주어다 키운다고 농담하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은 자식들에게 차라리 거지 따라 살라고 소리치기도 하였고 실제로 거지를 따라 어디론가 떠나간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거지라는 말은 우리말 '것이, 갓이'라는 말과 연관이 있는데 신라와 가야 왕의 호칭인 거서간이나 금물과 연관이 있으리라 추정됩니다. 또 거지는 '크게 아는 사람', '밝은 진리를 깨달아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사람'이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한 말이라고도 합니다.

'크게 깨달은 사람'을 고대 우리 조상님들은 '큰알지, 밝은얼라'라 부르며 존경하였습니다. 김알지, 고주몽, 소서노, 박혁거세, 단군은 모두 고유명사이기 이전에 큰 깨달음을 얻어 새로운 시대를 연 시조황제라는 뜻이 있었습니다. 물론 역사적 진실은 알 수 없고 저만 살짝 엿들은 전설입니다.

넓은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와 세상을 경험하여 밝고 큰 지혜를 터득한 '대각자'들은 세상을 떠돌며 새로운 지혜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분들은 사람들의 수준에 맞추어 노래와 춤으로 진리를 전달했는데 그것이 바로 '각설이 타령'입니다.

삼각산에 숨여계신 백발노인의 새로운 각설이타령을 고대하면서 우이천 다리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습니다. 즐겁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