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 이야기

점(占)

가랑비01 2015. 2. 22. 10:10

점(占)

설날에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받는 일과 한 해의 운수를 점치는 일입니다.

지난해는 정치와 경제가 사상 유래 없는 어두움 속에서 헤쳐 나오지 못하고 뒷걸음 친 한 해였습니다. 더욱이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건을 바라보며 충격과 절망과 분노로 온 국민의 가슴을 저미게 한 한해였습니다. 하루하루가 살아가기 힘들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린 복을 빌고 점에 매달리게 됩니다.

점(占)은 ‘거북의 등껍질을 태워 거기에 나타난 금(卜)을 보고 8괘, 6효, 음양오행 등의 특정한 방법으로 길흉화복을 판단하고 묻는다(口)’는 뜻입니다. 자기의 힘으로 어떻게 처리할 수 없는 일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무엇인가 인간 이상의 큰 힘에 의지하여 절박하게 계시 받기를 원하여 점을 칩니다. 이에 비해 신년운수점은 한 해를 무탈하게 지내기 위해 쳐보는 여유로운 점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점치는 책의 대표로 주역이 있습니다. 공자가 제일 마지막에 집중하여 본 책이 주역이었습니다. 공자가 그저 점치는 책으로 주역을 집필했다면 주역은 경전에 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길흉화복을 미리 예측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알아야 하고 인간의 길흉화복을 알기 위해서는 하늘과 땅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공자가 인생을 마감하는 시기에 ‘인생은 무엇이며 왜 사는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내용을 고민하며 공자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주역에 담았기 때문에 주역이 동양사상의 으뜸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공자가 오랜 세월 이어오던 정보를 가공하여 새로운 철학적 지식으로 재창조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였기에 주역은 값어치가 있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관계’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사유를 풀기 위해서는 자기를 부정해야 합니다. 자신을 부정하는 것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다른 사물과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고정관념과 타성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죽이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보고 여러 방면의 다양한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새로운 세계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占이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나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생명과 세상이 탄생하는 소리입니다. 占은 하늘을 가득 채운 생명의 빛기운이 바람과 구름과 비와 어우러져서 유형의 세상과 사람과 만나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창조를 알리는 기쁜 소리입니다 부도지에는 태초에 울려가 있었고 그 율려 소리로 세상이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점(占)은 생명 탄생과 개벽을 알려주는 소리이며 말입니다. 하늘의 소리를 듣고 하늘의 뜻에 따라 새로운 세상을 여신 사람들을 우리는 ‘밝은 이’라고 불렀는데 환인, 환웅, 복희씨, 단군, 주몽, 소서노, 박혁거세가 바로 ‘성인(聖人)’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머무름이 생명이요, 하늘로 돌아감이 죽음입니다. 죽음이 있으면 반드시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으면 말이 있고 말에는 행동이 따릅니다. 죽음을 알아야 생명을 알고 생명 속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생명과 죽음이 유한하므로 생명은 영원합니다. 천하 만물이 개벽을 따라 생존하고 진화를 따라서 존재하며, 순환을 따라서 있게 되는 것입니다. 占은 천지자연의 순환을 알아보고 이를 알려주는 입(口)니다.

하늘의 소리를 듣고 이를 말로 표현하여 전하는 말이 시(詩)입니다. 한민족의 신전인 소도에서 사람들에게 하늘의 이치를 알려주던 말이 바로 시(詩)입니다. 점편(占便)이라는 말은 ‘편리하게 고르고 가른다’는 뜻입니다. 점(占)은 고르고 가린다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시(詩)를 기록하는 글자를 ‘삼가고 고르고 가린다’는 의미로 ‘가림토’라고 불렀습니다. 가림토는 뜻이 사라진 소리기호가 되어 지금의 한글로 전래되고 있습니다.

한민족은 하늘의 소리인 빛을 나타내는 수많은 빗금을 빗살무늬 토기와 청동거울에 그려 하늘의 뜻을 기리기리 보존하고 새겨들으려고 힘써 왔습니다. 점(店)은 토기(土器)나 철기(鐵器)를 만드는 집입니다. 점(占)치는 곳이 설비를 갖추어 물건을 팔면 삼점(商店), 사람들을 쉬었다 가게 하면 여관이 되었습니다. 점(占)을 쳐서 하늘의 뜻을 전해주며 백성들의 일을 처리해 주고 흉년이 들면 곡식을 나누어 주던 집은 관청이 되고 고을이 되었습니다.

점(占)은 점(點)입니다. 점(點)은 작고 둥글게 찍은 표나 자리, 글 귀 아래에 찍는 점 구두점, 흩어져 있는 작은 얼룩 반점, 짐승의 털 등에서 한바탕에 다른 빛깔로 박힌 표나 부분, 여럿 가운데 선택하여 결정할 때 두 개의 직선이 교차한 자리, 일체의 도형의 궁극적 구성요소인 가장 단순한 도형으로서 위치만 있고 크기가 없는 것, 물품의 가지 수를 세는 말, 떨어지는 액체의 방울을 셀 때 쓰이는 말입니다.

점(點)은 무한히 작은 하나의 출발점이고 마지막 도착점입니다. 점은 규칙적으로 운행하는 바탕 법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파격입니다. 점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탄생점입니다. 점(點)은 보이지 않는 작고 텅빈 우주의 출발자리이면서 온 우주를 차지하고 있는 텅빈 우주 자체입니다. 점(點)은 가물가물하게 멀고 높은 태초의 순수하고 단순한 상태와 변화 과정을 알아보고 이 복잡다단한 세계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우리 경전 천부경에서 ‘하나가 시작하여 어떻게 변해가는 가를 알아보면 전체를 알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점(占)을 치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예측되어지는 자연의 법칙을 알아야 하고 파생되는 변화의 법칙을 알아야 합니다. 주역 점을 칠 때 먼저 태극의 운행수를 고르고 하늘의 운행 수를 고르고 땅의 운행 수를 고르고 나서 하늘과 땅의 운수를 사계절을 따라 운행한다고 가정하고 산가지를 떼어냅니다. 맨 마지막으로 남은 산가지들를 모아서 새로운 운수로 점칩니다.

점(占)은 하늘과 땅의 일반 운행 법칙을 알고 개별적으로 만나서 변화해가는 특수한 경우의 운수들이 어떻게 변해가는 가를 추측합니다. 점(占)은 하늘의 기운을 받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기르고 이끌어나가는 흐름을 알려주는 소리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매일매일 쌓아가는 일상의 습관들이 미래의 운수를 위해 중요해 집니다. 그래서 논어 첫머리는 ‘남이 알아주든 말든 자기 수양을 위해서 열심히 배우고 틈나는 대로 익혀 배운 바를 습관화시켜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새해 복 많이 받기를 원하고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신년 운수점의 목적은 복을 많이 받는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복(福)은 제사를 뜻하는 시(示)와 ‘가득차다’는 뜻을 가진 복(畐)으로 이루어진 한자어입니다. ‘제물을 풍성히 하여 제사를 지내면 복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복(福)은 ‘행복하다, 상서롭다, 내리다. 하늘이 돕다, 제사에 쓴 고기와 술, 제사가 끝나면 나누어 먹는 음복. 아주 좋은 운수.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 삶에서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 복록. 생활에서 부족함이 없이 만족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는 흐믓한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복은 천운에 의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길흉화복의 운세를 나타냅니다. 복은 ’넉넉한 마음과 재물로 제사를 드리고 그 만큼 넉넉한 마음과 재물을 하늘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설날에 연세가 드시고 지혜로운 어르신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세배를 드리면 어르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 되기를 덕담으로 축복하여 줍니다. 어르신에게 복을 드리고 구체적인 덕담으로 내려지는 복을 내려 받습니다. 이는 복(福)이라는 한자의 뜻이기도 합니다. 복을 주고받는 가운데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이 바로 복인 것입니다. 이는 바로 종교적으로 하늘의 신의 나라가 번창하기를 바라고 신으로부터 축복을 내려 받는 것과 같아서 신년운수점처럼 또 하나의 占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신년운수점은 신과의 덕담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우리말 '치다‘의 사전적 의미 들입니다. 비바람, 눈보라, 물결, 번개 따위가 세차게 움직이다. 물결이 움직이어 설레거나 움직이다. 손이나 물건으로 목적물을 세게 부딪치다. 소리가 나게 때리거나 두드리다. 손이나 공채 따위로 공을 때리거나 튕겨놀다. 공격하다. 두드리어 박다. 공격하다. 시간을 알리려고 종소리, 신호 소리를 내다. 화투 목이나 주패 따위를 양손에 갈라쥐고 놀이를 하다. 점이나 선 따위를 긋거나 찍다. 손, 꼬리 , 날개 등을 세차게 움직이다. 고운 가루를 내기 위해 채질을 하다. 쇠붙이를 달구어 두드려 연장을 만들다. 계산에 넣다. 가량으로 계산한다. 점괘로 길흉을 알아보다. 쌓이거나 메일 필요 없는 물건을 파내거나 끌어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다. 동물이 새끼를 낳거나 까거나 하여 번식시키다. 가축 따위를 기르다. 식물의 뿌리나 가지를 여러 갈래로 내돋게 하다. 벌이 꿀을 모으다.

‘점을 친다’는 변화하고 부딪히는 여러 상황을 알아보고 최선을 다하여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기르고 이끌어 간다는 뜻입니다. 점을 친다는 말은 지극한 정성을 기울어 하늘의 뜻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천지의 도는 한마디로 설명을 다할 수 없지만 그 되어짐이 오로지 정성됨입니다. 만물 생성시킴이 헤아려지지 않지만 천지의 도는 넓음이요, 두터움이며, 높음이요 밝음이요 멂이요 오램이다.

우리가 점을 치는 목적은 개인과 소속 집단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주역은 점을 치는 책을 뛰어넘어 경전이고 철학서입니다. 주역은 길흉화복에 앞서 中正을 이야기 합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다른 사물과 사람과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고 하나가 되어 같이 번성하는 것입니다.

하늘은 땅을 생각하고, 땅은 하늘을 생각하고, 인간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조화를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바로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남이 원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자세입니다. 점을 치는 목적은 길흉화복을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길흉화복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우리민족의 경전 천부경에서 말하듯이 하늘과 땅 사이에 하나가 되어 우주의 순행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점(占)은 자연과 사회의 정의를 최종 목표로 합니다. 정의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르고 개인의 성장과정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사람은 홀로 동떨어져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를 찾아야 합니다. 정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고 필요합니다. 정의는 자연으로부터 오는 재물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하고 사회적 기쁨과 슬픔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입니다. 정의는 공정하게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점(占)의 출발은 개인의 길흉화복을 찾는데 있지만 점(占)의 긍극적 목적은 정의의 실현입니다.

행복이란 살아서 느끼는 것도 있지만 죽어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행복도 있습니다. 성인들은 자신과 시대의 흐름을 알고 정의를 알았습니다. 자신의 길흉화복을 알았지만 개인의 이익보다는 사회정의를 위해 일생을 바쳤습니다. 할 수 없는 줄 알면서도 정의를 위해 생을 바쳐 뛰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늘의 뜻을 따라서 이루기 위해 힘썼습니다. 예수님과 소크라테스는 죽을 줄 알면서도 죽음을 피하지 않고 과정과 결과를 모두 정의를 위해 살았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성인이라고 존경합니다.

占은 개인의 길흉화복을 아는데서 출발하여 인간계와 자연계의 정의기 무엇인지 알게 되고 우주의 정의에 동참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