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꿈과 현실

가랑비01 2015. 5. 3. 10:42

꿈과 현실

 

"안을 보면 기쁨과 꿈이 넘칩니다. 하지만 밖을 보면 슬픔과 안타까움입니다.”

어제 만난 친구 부인의 말이 희망과 무거움이 되어 마음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예정에 없던 일정변경으로 가족과 함께 지방도시에서 목회하는 친구를 불쑥 찾아갔습니다. 친구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앞뜰에서 사람들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친구는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작업하던 모습 그대로 달려와서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친구는 안부 인사가 끝나자마자 장화를 신은 채로 땀벅벅 흙범벅인 모습그대로, 어린아이 같은 특유의 들뜨고 환희에 가득한 목소리로 달라진 교회 모습과 비전을 소개하기에 바빴습니다. 새로와지는 교회모습이 오랜만에 찾아간 친구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하나였습니다. 교회 모습을 보여주는 도중에 비로서 부인이 생각났는지 사모님에게 달려가 인사를 시켰습니다.

 

아름답고 엄숙한 대예배실을 보았습니다. 본당 뒷편에 새로 꾸민 북카페를 보았습니다. 하늘이 보이고 비가 새고 창고처럼 어수선하고 무너질 듯한 공간이 아름답고 아늑한 북카페로 놀랍게 변신해 있었습니다. 구석구석 정성과 땀방울이 느껴졌습니다.

 

친구 가족과 교회 청년들이 여기저기서 헌 자재를 주어 모으고 힘을 모아서 재건축했다고 합니다. 쓰레기 더미가 가득하고 비가 새고 무너지는 옛교회 모습을 담은 사진과 새로이 변신해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북카페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친구는 열악한 환경에도 곱게 자란 자녀들과 교우들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처음에 무서워서 사다리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벌벌 떨던 복지학과 여학생이 지붕에 올라가 구슬땀을 흘리고 공사하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목사 가족을 비롯하여 많지 않은 교인들이 수년간 힘을 합쳐 한마음으로 행복과 은혜와 생명이 넘치는 교회로 가꾸어가고 있었습니다.

 

열악한 그 교회에 부임하여 보람차고 즐거운 일은 아이들과 교인들이 거듭나서 새롭게 변해가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중에 목사친구 사모님이 무심결에 흘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년째 가족이 한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못하고 지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교회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 중에는 난방을 못하고 혹한을 견디는 목사 가족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해 본 청년들의 거듭남도 그 하나라는 말이었습니다.

 

목사친구와 사모님의 얼굴에는 기쁨과 감사와 자심감으로 빛났습니다.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활력으로 넘치는 모습은 20대 부부의 열정을 보는 듯했습니다.

 

무심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 아이들의 눈빛도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경험을 하였고 느낀 점이 많다고 하면서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꿈과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친구부부를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우면서도, 현실 삶의 고단함에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는 짠하고 안타까운 가슴은 무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