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지하철과 거시기씨

가랑비01 2006. 9. 18. 23:29

<지하철과 거시기씨>
2006년8월

 

 장마철 비가 오는 날에도 무더위 때처럼 차갑게 틀어놓은 지하철이 많다. 물론 냉난방의 세기가 차별화되어 운행하는 냉난방 차등 전동칸이 있기는 하지만 전동차마다 차갑기는 거의 비슷하다. 잠깐 타고내리는 사람에게는 별문제가 안되지만 장시간 출퇴근 하는 사람에게는 비오는 날에도 더운날처럼 에어컨을 틀어 놓은, 너무 차가운 지하철 타기는 고통이다.

 

  요즈음 경기가 좋지 않아 낮에는 본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자영업자들을 많이 본다. 수십년 영업하여 온 자영업을 접기 위해 점포를 내어 놓았으나 나가지도 않아 어쩔수 없이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지 한 숨 밖에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하루하루 최저 생계비마저 바닥이 났다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들도 만나곤 한다. 모든 어려움은 참을 수 있지만 앞으로의 희망을 잃음에서 오는 암울함이 무엇보다도 크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여도 적자가 누적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자산이 줄어드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반면에, 같은 자산으로 아파트를 사서 편안하게 생활하면서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서너 배가 올랐다는 주위 사람들을 많이 본다.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며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갈수록 허탈함뿐인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자영업자들 중에 종합과세 대상자들의 일부는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점포를 계속하고 있는 외형적인 모습으로, 점포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이의 유치원비 등 공제 혜택은 없고 각종 세금도 줄지 않는다. 그리고 투명한 공평과세를 위해 신용카드와 현금 영수증 제도의 시행으로 그만큼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와의 카드 수수료의 차등에서 오는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인하여 수익이 갈수록 줄어 들기도 한다.

 

  전반적인 경기가 위축되어도 인터넷 판매랑은 늘어가서 어떤 제조자는 온라인 매출이 거의 칠할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온라인은 수수료기 싸고 익명으로 판매가 쉽다는 데에 있다. 앞으로의 투명과세는 공산품 유통 시장에 관한한 이제 온라인 시장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거시기라는 자영업자가 얼마전에 어려운 경기를 견디다 못해 혼자 하기 어려운 점포를 덜렁 부인에게 맡기고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하였다. 물론 부인은 두 아이와 점포를 보느라 고생이다.

 

  거시기는 전철로 종점에서 종점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전철은 비용이 적게 들고 비교적 승용차보다 빠르고 걸리는 시간이 정확하다. 새로운 직장은 아침 9시에 근무를 시작하여 저녘 아홉시에 끝난다.

 

  거시기씨는 처음에 전철을 이용하여 그럭저럭 다녔는데 장마가 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날씨가 추워졌는데도 불구하고 무더위 때처럼 에어컨을 틀어 놓는 일이 많다. 차등있게 지하철 냉방을 가동하기도 하지만 약냉방칸을 비롯하여 냉방전동칸은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변동에 적절하게 조절하지 아니하고 일정하게 차가울 때가 많다.

 

  날씨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냉방을 가동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더운 날씨와 별다르지 않게, 아무 생각없이 에어컨이 가동되는 일이 많은 것 많다.

 

 고유가 시대라 가로등을 부분적으로 켠다든가 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불필요한 가로등이나 승용차 운행은 자제해야겠지만 꼭 필요한 가로등은 켜져 있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필요없이 일정하게 하루종일 세게 켜 놓은 공공 시설의 에어컨 시설부터 점검을 해보아야 하리라 생각된다. 거시기씨는 근무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아침 여섯에 집을 나와야 근무시간에 늦지 않는다. 거시기씨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야 한다.

 

 거시기시는 거의 두시간 이상을 지하철을 타야 한다. 출퇴근에 왕복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저녁에는 피곤한 몸을 지하철에 싣고 귀가하여, 부인이 힘들어 넣지 못한 진열대를 집어 넣고 점포 문단속을 하고 집에 오면 새벽 한 시가 되기도 한다. 거시기씨가 야근을 하는 주간에는 거의 한 두시간을 자고 출퇴근하는 날이 많다.

 

 출퇴근 할 때는 지하철로 장시간 가는 사람들이 의레 그렇듯이  피곤하여 잠이 오지 않지만 눈을 감고 비몽사몽 속을 헤맨다. 맥을 축 쳐지고 피곤하여 눈꺼풀은 무겁고 가물가물한 상태로 두시간의 시간을 공상을 하며 견딘다. 두시간 이상을 지하철을 타고 가면 앉았다가 서기를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피로로 오는 모든 불편함은 참을 수 있으나 에어컨이 세게 틀어있는 전동차칸에서 두 시간은 진정 고통이다. 요즘같이 계속 비가 오는 장마철에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으로 맥이 풀려진 상태에서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

 

  장시간 출퇴근과 피로에 에어컨의 찬바람은 진정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되었다. 잠깐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은 큰 문제가 없지만 아침 저녁 네시간 가까이 차가운 에어컨에 노출되면 온 몸이 떨리고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된다. 시간만 있으면 뛰쳐 나가고 싶어지고 뼈속까지 스며드는 오한에 몸부림치게 된다. 차라리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특히 정통으로 에어컨이 세게 불어 오는 자리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정면으로 받을 때 그 고통은 가중된다.

 

 장마철 근무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추운 지하철을 타는 것이 겁난다. 특히 에어컨의 찬바람은 무섭다. 거시기씨는 출퇴근 하기 시작한 일주일이 지나고 시작된 감기가 한달 째 계속 되고 목이 헐었다. 거시기씨는 이제 차가운 지하철 타기가 무섭다. 

 

 지하철을 자주 타야 하는 여성들은 지하철을 탈때만 덧입는 옷을 하나 더 입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 또 웅크리고 잠을 청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옷을 벗어 덮어 주는 광경을 흔히 본다. 그리고 어떤 차가운 전동칸에 있는 모든 사람이 팔장을 끼고 추위에 떠는 모습이 종종 목격 된다. 여름에 추위에 떨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물론 무시기시의 피곤한 몸에도 문제가 있지만, 차가운 지하철의 에어컨 바람이 어느날부터 견디기 힘들어지더니 감기가 들었다. 목이 헐기 시작한지 3주가 다 되어도 지독한 감기가 낫지 않는다.

 

  오늘 밤에도 밖에 장마비가 주룩주룩 비가 오는데 차가운 지하철 에어컨은 힘차게 가동하고 있었다. 무신경하게 에어컨이 세게 틀어진 두 시간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오늘 버스는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포근했다. 버스는 에어컨이 심하게 켜져 있는 경우가 있을 때에는 승객들이 항의하여 여러 의견이 적당히 조절이 되지만 지하철은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장마철에 무신경하게 틀어진 차가운 지하철에 고통스러워 하는 거시기씨를 위하여, 불편하더라도 시간시간 그때그때의 온도에 적절히 에어컨을 조절했으면 싶어서 늦은 시간 몇 자 적어 본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열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번거롭지만 한사람 한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작은 마음들이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