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2005년 4월
엄마랑 아빠는 꽃나무를 좋아한다.
우리 집앞에는 화분이 많다.
어떨 때는 길을 가시던 할머니들이 판매하는 화분인 줄 알고 들고 들어 오셔서 얼마냐고 물어 보신다.
그리고 아빠는 장난끼가 많으셔서 졸업이나 행사때 받은 조화를 가끔 화분에 묶어 놓아 사람들이 가까이 와서 냄새를 맡기도 하고,겨울에도 피어 있는 조화를 보고 진짜 꽃인 줄 알고 무슨 꽃인 지 지나가던 아주머니끼리 열띤 토론이 벌어 지다가 아빠에게 물어 보기도 한다.
우리집 앞에 있는 화분의 꽃나무들은 잠깐 피었다가 지는 꽃은 없고 십년 가까이 겨울을 넘긴 오래된 화초들이 많다.추운 겨울을 이기고 살아난 꽃나무들이다. 하지만 아빠는 추운 겨울 날에도 화초관리를 잘 하시다가도, 아빠는 물건을 꺼내다가 열이 나고 땀이 나면 바깥날씨도 따뜻해 진 줄 알고 가끔 추운 겨울에 화초에 물을 듬뿍 주다가 겨울마다 한 두 나무는 얼려서 죽게 하는 때도 있었다.
어제는 비가 많이와서 연초록의 잎파리들이 꽃나무마다 파릇파릇 솟아난다.
아빠는 참 희한하다고 하신다.
몇 달 동안 물을 주는 것 보다 단 한차례의 보슬보슬 내리는 가랑비에 나무들이 생기를 띄면서 싱싱하게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자연의 신비라고 하신다.
비에 섞여 있는 어떤 영양분도 있겠지만,비가 오는 소리는 식물에게 생기를 주는 아름다운 음악이고 생명의 기운이 아닐까 하신다.비가 오는 그 자체보다도 그 분위기에서 우리가 모르는 어떤 생명의 기운을 받는 게 아닐까 하신다.
그래서 우리도 빗소리를 많이 들어야 하고 비오는 나무숲에 들어가 자연이 내 뿜는 생명의 기운을 듬뿍듬뿍 받기 위해 비오는 날 자주 자연을 찾아 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하신다.
"우와! 아빠, 나비야 나비! 하얀 나비가 날아 왔어!"
"우와! 정말이네.이제 피기 시작하는 군자란꽃 소식을 듣고 산넘어 물건너 황량한 동네에까지 귀한 손님이 찾아 오셨네."
"아빠, 나비는 진짜 이뻐. 나비야 이리와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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