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지방선거날

가랑비01 2006. 6. 2. 01:11
상쾌한 아침.
 
오늘은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일꾼을 뽑는 역사적 투표날이다.
 
일어나니 몸이 찌푸듯하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투표 하는날이다.이번 선거는 별로 관심이 없고해서 투표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책상위에 던져논 선거 홍보물을 꺼내본다 .
 
에궁,이거 장난이 아니네... 인간시장 홍보하는건가 뭐이리 사람들이 많아 프로필을 다 읽어 볼려면 고시공부 하는것도 아니고...오늘 하루종일 봐도 시간이 모지랄 것같다 .에이이~~~한쪽 구석으로 획 던져버린다.
 
그래도 선거는 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사명감에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하며 홍보물을 다시 집어든다.여러 출마자들의 소개 책자가 들어있다. 어떤 직분으로 출마했는지 눈에 들어오는 아는 이름도 없고 한참 분류작업을 해야 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각 분야별로 몇명이 어떻게 출마했는지도 모르겠고 출마자들 홍보물만 어지러웠다.차라리 출마한 후보들을 간단히 정리한 선관위의 안내서 한 장만 보내 주었으면 좋겠다.
 
 흰 종이에 흑백으로 간단히 출마자와 인적사항을 적어 놓은 것이
오히려 이해가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죽박죽하게 들어있는 다양한 두께와 크기의 홍보물들에 무슨 가번이니 나번이니 아무래도 복잡해서 다시 마음만 바빠진다.
 
투표를 얼른 마치고 일하러 가야 먹고 산다. 식구들과 상의하여 훈수를 받았다. 복잡하지만 대충 정리 정돈을 하여 투표순서와 투표할 사람을 정리한 각본을 외우면서 선거장으로 향했다.
 

그래도 투표장을 향해 걸어간다
누구를 위해서..누구를 찍으려고.. 
  
어!
선거장 입구가 한산하다.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평소때 찾아도 안 보이던  선거 인물사진 벽보는 선거장에 가서야
겨우 선거장 입구 담벼락에서 처음 발견했다...
예전에는 온 동네에 촌스럽게 선거 벽보로 도배를 했었는데 그 때가 그립다. 
 
  선거장에 들어가니 사람들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번호표를 내미니 우리 통반은 오른편에서 신분을 확인한다고 한다. 오른편에 가서 다시 줄을 서면서 입구 안내부착물을 보니 우리통반은 왼쪽이라 표시되어 있었다.
 
왼쪽이면 먼저 줄을 섰던 저쪽이다.  아무래도 먼저 갔던 왼쪽에 나의 번호가 있을 것 같았다.
왼쪽에 사람들의 줄은 점점 길게길게 늘어지고 초초해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다행히 오른쪽에 나의 번호가 있다.
 
다시 밖의 안내문을 쳐다 보아도 밖의 안내문에는 분명 우리 번지수와  통반이 왼쪽이라고 적혀있다.
 
왼쪽과 오른쪽이라.
아하! 그렇구나.
그것은 안에서 밖을 보았을 때 왼쪽이었다.
그래서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기준으로 보아 오른쪽이니 고치라고 해도 선거 관계자는 웃기만 한다.

몇시간을 그렇게 진행했는지 아리송하다.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새로 오고 있는 사람들도 벽에 부착된 통반 안내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왼쪽에  줄이 있으니 왼쪽으로만 길게 계속 늘어선다.
 
 신분확인하고  기표소에 들어가니 1번2번 숫자만 보이고 그외 숫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1번2번의 잇점이 이것이구나 새삼 놀라웠다. 준비해 온 후보자 이름과 숫자가 까마득하기만 했다.
 
이 일을 어이할 것인가 당황스럽다. 생각해온 각본은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수십 년 해온 경륜으로 대충 눈치껏 겉으로는 의젓하게 기동성을 발휘했다..
 
 드디어 나의 주권행사를 했다.망설일것도 없다..에라 모르겠다. 같은 번호에다 전부 찍어 버리자 꽝,꽝,꽝... (후보자중에 나의 동창이 있는데 쬐금 미안하구만..)
 
누굴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없다. 또 분위기에 휩싸여 거수기 노릇하고 온 것은 아닌 지?....

흑흑 내가 벌써 나이를 먹었나. 연세가 지긋한 분들도 잘 투표하시는데  난 벌써 무아지경이라니
흑흑 슬프다!.... 
 
 지금까지 여러번 투표를 해봤지만 오늘처럼 개운치 못하고 뒤가 꿀꿀한건 이번이 처음이다.나라가 잘못된건지 후보자의 자질이 부족한건지 나의 무지가 원인인지...
 
그래도 변함없이 내일도 아침햇살은 찬란하게 빛나고 희망을 꿈꾸겠지.하늘을 대고 목청껏 외쳐봐야 미천한 나의 목소리는 허공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겠지...
 
이나라에 태어나서 공부하고 사람도 사귀고 숨쉬며 살기에 ..팔자려니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일터로 향한다......
 
각설하고 이번 풀뿌리 지자체선거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뽑는건지 인기 연예인을 뽑는 지 아리송했다.

 출마자들이 처음에는 다소 촌스럽게 자동차 퍼레이드 공연을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능력있는 마이크맨을 초빙하여 본인은 말한마디 하지 않고 유창한 운동원들이 공연을 하기도 했다.
 
 
무슨 공연단이 하루 종일 쭉쭉빵빵 유니폼 입고 손을 흔들어 대고 나중에는 재력이 있는 출마자자와 재력이 없는 출마자가 눈에 훤히 보였다.
 
재력이 없던가 무소속이던가 중앙당의 지원을 충분히 못 받는 군소정당 출마자들이 눈에 들어 왔다.
 
아무튼 선거는 끝났다.
친구가 출마했는데 다행이 당선되어서
 나도 표를 보탰노라고 뻥은 때려야겠다.
 
 
아고아고...
이제 속을 털어 놓으니 조금 시원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구귀다"******
@@@@아자! 아자!! 아자!!! 대한민국만세@@@@
 
 
 
히 그래도 성의껏은 해야지 잉~
히 그래도 성의껏은 해야지 잉~ 마져..
히 그래도 성의껏은 해야지 잉~ 마져 마져 
히 그래도 성의껏은 해야지 잉~ 마져 마져 마져 ..ㅎㅎㅎㅎ
히 그래도 성의껏은 해야지 잉~ 마져 마져 마져 마져 정말 수고했다
히 그래도 성의껏은 해야지 잉~ 마져 마져 마져 마져 마져 자랑스런 한국인이야.
히 그래도 성의껏은 해야지 잉~ 마져 마져 마져 마져 마져 물흐르듯이 주권행사는 존경스러워
히 그래도 성의껏은 해야지 잉~ 마져 마져 마져 ..결국 그대들은 한번도 안빠지고 투표했네ㅎㅎ
히 그래두...투표장에 가서 주권행사를 한 성의는 높이 사주는 것이~~~ㅎㅎ
 희망의 대한민국을 향해서~~아자!! ㅎㅎ
찍고 싶은사람이 없어 아예 주권행사도 안했으니 부끄럽네 생각해보니까  
 
 
(중년 젊은 오빠들의 투표담이랍니다..펌)
 
 

<요지경  세상>

 

바람이 부는 대로

물이 흐르는 대로

표정 관리 해요.

 

일곱 걸음 걸으며 열두번 얼굴을 바꾸고,

알아도 몰라야 하고 들려도  듣지 않아요.

 

 

원칙도 없고 소신도 없으니

웃어도 안되고 울어도 안되요.

눈 먼 소리개가 보는 대로 잡아요.

 

바람이 부는 대로 춤을 추고,

물이 흐르는 대로 노래해요.

 

무더운 거리에서 마음은 서늘하고

물빛은 가물거리고 별빛은 희미해요.

 

요지경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메아리 없는 구름 흘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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