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성철스님 열반송

가랑비01 2009. 1. 27. 01:36

성철스님 열반송 

 

生平詐狂男女群

한 평생을 살면서 진리에 몰두한 남녀무리를 속여

彌天罪業過須彌

하늘처럼 높은 죄업이 수미산을 지나가는구나.

活陷阿鼻恨萬端

살면서 무간지옥의 함정에 빠진 한스러움이 수많은 실마리가 되어

一輪吐紅掛碧山

한 생애 동안 붉음을 토하여 푸른 산에 걸쳐 놓았구나. 

 

 

삶이란 말 자체가 보통 남녀 무리들을 미혹시키고 그 미혹된 생활에 몰두하게 한다. 살면서 진리를 찾아 헤매는 남녀 무리들을 고통에 몸부림치게 하고 함정에 빠드린 뉘우침과 한스러움이 만가지 일의 시작이며 끝이다. 그 삶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아비규환의 무간지옥 함정에 빠지게 되고 그 한스러움이 수 많은 결과를 초래한다. 아둥바둥 바르게 살려고 집착하다보면 오히려 생지옥의 함정에 빠져서 그 한스러움이 만가지 일의 실마리가 된다.

 

 헛된 착각에 빠져 헛된 생활을 하게 되어 한스럽지만 세상은 그 삶이 바탕이 되는 듯 상관없는 듯하면서 변함없이 새롭게 굴러 간다. 몸부림치며 열심히 살았던지 헛되게 살았던지 상관없이 시간과 공간은 끊없이 변화하며 제 역할을 다하며 흐른다. 살아 생전에 한 일이 모두 부질없고 헛되어 한스러운 듯하지만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일생 동안 쌓은 이 세상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여전히 변함이 없이 모든 사람이 보고 느끼는 일상의 한가운데에 변함없이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삶은 햇님이 기나긴 밤을 존재하지 아니한 듯 어둠 속에서 지새우다가 아침에 떠오름과 같다. 사철로 이루어진 한 해의 끝자락인 겨울에서 보면 봄, 여름, 가을 동안에 열심히 생명활동을 했던 것이 부질 없어 보이고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없지만 새로운 생명이 약동하는 봄에 이르면 그 죽음처럼 고요한 겨울까지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비우고 바치는 가장 처절한 생명활동의 순간이었음을 느낀다. 하나의 삶은 사계절을 지냄과 같다. 어제의 일상과 어두움은 햇님이 붉게 타오르른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밝음을 잉태하는지도 모른다. 삶은 아침 동산에 떠서 붉은 기운을 온 누리에 뿌리며 푸른 산에 의젓하게 변함없이 걸려 있는 햇님이 돌고 도는 것과 같다.

 

 삶이란 과거의 우여곡절이 얽힌 과정도 중요하고 또 거듭 새롭게 태어남도 중요하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상은 그대로 일정하게 흘러 간다. 해가 뜨고 짐은 변함없이 반복되는 하나의 순환 과정이지만 동산에 햇님이 떠오름은 새로운 시간의 시작이요, 새로운 공간의 태초이기도 하다. 태초는 아무 것도 없음에서 새롭게 무엇이 시작된다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태초가 아니라, 어떤 일정한 시공간상에 있어서 새롭게 인식하는 어떤 기준점을 의미한다. 물론 태초라는 말은 그 말을 하는 순간 그 말의 의미가 이미 존재하지 아니한 지도 모른다. 태초는 과거가 될 수도 있고, 현재가 될 수도 있고,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오늘 아침 내가 일어나 새로운 정열을 불태움은 부질없어 보이는 어제의 활동이 바탕이 되기도 하고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 일상적인 일이다.

 

 태양이 동쪽에 떠오르고 수레바퀴가 한바퀴 돌고,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다는 것은 일정한 어떤 반복적인 일의 한 순간이면서도 새로움의 시작이다. 새롭다는 것은 이제까지 있은 적이 없었을 수도 있고, 이전까지 있었던 것의 반복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며 변화를 바라는 자신의 마음이 중요하다. 삶이란 같은 환경과 같은 생각의 반복이라해도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 속에서의 새로운 모습으로 인식하며 새롭게 태어나려는 갱신(更新)을 필요로 한다. 참믿음은 삶의 갱신으로 열매를 맺을 때 가장 아름답다?..

 

나를 비운 사람은 나를 비웠다고 말하지 않고

나를 비우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비웠다고 말한다.

공덕이 없다고 자책함은 공덕이 많음이고

공덕이 있다고 자랑함은 공덕이 없음이다.

한 생을 세상을 속이며 한스럽게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가장 세상을 사랑하고 가장 보람있게 산 사람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가장 새로운 것이고

가장 새로운 것은 늘 그러한 일상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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