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소리, 땅 소리,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창밖에 깊어가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평소 때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던 큰 아이가 수업에 필요하다고 하면서 갑자기 시경책과 역경책이 우리집에 있냐고 전화로 긴급히 물어왔습니다. 역경책은 볼 시간이 없으면서도 짐 보따리 속에 얼마 전부터 휴대하고 있었는데 지방에서 근무 중이라 아이에게 보낼 길이 없습니다.
주역에 대해서 아는 대로 이야기 해달라고 하는데 간단히 설명할 길도 없습니다....시경은 읽어 본적이 없고 주역은 오래전에 아주 일부만 대충 읽어본 적이 있지만 호구지책 일상에 바빠서 시간 내서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였고 얕은 식견과 견문이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기특하게도 부탁하니 부족하고 아는 것이 없지만 주역에 대해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간략히 대충 아는 대로 횡설수설 적어 봅니다.
주역이란 주나라의 역을 말하는데 주(周)는 주나라를 뜻하기도 하지만 두루 통하는 역을 말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역은 알기 쉽고 좇기 쉽고 간단하고 명확하다는 뜻입니다. 역은 해와 달이 합해진 글자 모양으로 해와 달을 본뜬 음양의 기호로 간단하고 쉽게 해와 달이 변화면서 만물이 생성 발전 변화 쇠락하며 변화하는 이치를 보여줍니다.
역은 변할 역(易)과 쉬울 이(易)로 읽히어 집니다. 역(易)은 변화를 이야기하고 이(易)는 불변을 의미하는 데 해와 달이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변화 진보하는 모습과 해와 달이 일상적이고 보수적으로 불변하는 모습의 두 가지 모순으로 어우러져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며 세상은 돌고 돈다는 것을 알아보고 현재를 슬기롭게 극복해 가라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주역은 고래로부터 전래되어왔다는 천부경의 원리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하나가 시작하여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수많은 변화의 중심에 정신계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있고 자연계에는 태양이 있다고 하는 천부경의 원리와 같습니다. 하나가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지만 그 하나 안에는 세 가지 변화의 씨앗을 담고 있습니다.
역은 해와 달을 상징하는 글자에서 왔다고 하지만 역은 또한 하루에도 열두 번 그 색깔을 바꾸고 위험에 처하여 꼬리를 자르고 목숨을 지키는 도마뱀의 상형자에서 왔다고도 합니다. 천부경에서 하나를 나누어 분석해보면 세 개의 커다란 씨앗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천부경에 나오는 나눈다는 한자(析)에 벌레충자가 붙으면 ‘도마뱀 석’자가 됩니다. 천부경의 하나를 나눈다는 말은 하나의 변화에는 세 가지의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이 되기도 합니다.
천부경에 하나의 변화들이 모이고 모이면 차고 넘쳐서 담을 그릇이 없어 삼태극으로 변화한다는 말에 궤(櫃)라는 한자어가 쓰이는데 이 한자어의 나무(木) 대신에 벌레 충자를 붙이면 ‘도매뱀 언’자가 됩니다. 결국 역(易)은 천부경의 변화와 화합이라는 두 가지 모순이 세상 변화발전의 모습이라고 볼 때 역(易)은 도마뱀이라는 말에서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천부경에서 도마뱀을 상징하는 한자어가 동시에 사용되었고 그 두 가지의 하나는 끊임없이 나누어지는 변화를 일으키는 하나이고 두 가지 중의 하나는 우주의 만 가지 변화를 하나로 모아 담는 대우주인 하나를 의미합니다. 주역과 천부경의 원리는 유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가 시작하는데 하나는 시작함이 없습니다. 하나가 끝나지만 끝남이란 없습니다. 하나의 변화 안에는 세 가지 씨앗을 품고 있는데 하나가 변화하여 하늘이 되고 하나가 변화하여 땅이 되고 하나가 변화하여 사람이 됩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무수한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세상 만물이 천변만변 하지만 그 곳의 모든 변화를 이끌어내며 변화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람의 마음과 태양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하늘이 변화하여 만물이 되고 하늘이 변화하여 사람이 되고 그 하늘님이 변화하여 사람이 되신 분이 우리 시조할아버지라고 전합니다.
사람의 마음과 태양의 간단명료한 변화를 알게 되면 천변만변하는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천부경입니다. 주역은 태양이라고 할 수 있는 양이 세 개 모여서 이루어진 하늘로부터 시작되어집니다. 하지만 하늘 홀로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는 것 같지만 하늘 홀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시작은 태양인 양으로 시작하지만 하늘이 극에 이르면 땅이 되고 새로운 변화를 지휘할 조정자가 필요합니다. 주역과 천부경에서 말하는 하늘과 땅과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형상을 보이는 세상의 모습으로 표현했을 뿐입니다.
하늘이 시작하지만 자세히 보면 진보적인 하늘과 보수적인 땅과 그들의 모순을 조화시키고 경쟁시키고 조정하는 인간이라는 세 가지 씨앗으로 이루어져야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고 세상이 돌고돌아 갑니다. 하나는 세 개의 씨앗으로 이루어져 있고 세 개의 씨앗은 하나입니다. 하나의 씨앗이 태어나고 자라서 무수한 열매를 맺지만 무수한 열매는 모두 하나입니다. 하나는 시작이며 마지막이며 영원하며 하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경은 음양의 두 가지 기운이 이루어지는 모양을 천지인 세 가지로 나누어 표현하고 천지인은 음양의 두 기운이 어우러지는 형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주역에서 음양은 하나이자 둘이 되고자 하는 힘입니다. 음양은 모호하면서 모순적입니다. 서로 다르면서도 같아지려고 하고 같다는 모순이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일관성을 만들어 냅니다. 모순의 관계는 변화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음양의 변화하는 형상을 이해하는 것은 삶을 이해하는 것이고 음양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삶에 대한 이해이며 내가 내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줍니다.
역경은 이 세상에 없는 힘의 팽창하는 원천인 하늘에서 시작하고 하늘의 힘이 극에 이르면 흩어진 힘을 모으는 땅이 되고 하늘과 땅의 모순을 조정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사람의 마음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늘에도 음양의 모순이 있고 땅에도 음양의 모순이 있고 사람에도 음양의 모순이 있습니다.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지만 모두는 하나의 또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주역은 우주의 변화 발전과 인생의 변화 발전을 6개의 음양으로 알기 쉽게 표현합니다. 마치 소설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시간적으로 차례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공간적으로 차례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 요소를 선택하고 참고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입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떤 요소를 선택하여 슬기롭게 대처하는 가는 해석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처음과 나중이 없지만 편의 상 순서대로 나열해 놓았다고도 볼 수 있고 시간적으로 진행되어지는 과정을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승전결의 변화는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한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그를 이해하고 내 삶에 적용하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천부경은 하나에서 천가지만가지 변화가 있지만 천가지만가지 변화 그 한 가운데 변화지 않는 중심은 사람의 마음과 태양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바로 하나라고 합니다. 주역에서도 모든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 중정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길하다고 합니다.
역경은 본래 고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지만 불가항력적으로 결정할 수 없을 때 이를 신에게 묻는 수단으로 썼다고 합니다. 주역은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아래에 있는 사람은 위를 바라보며 서로 상대를 마주보며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길하다고 합니다. 한 가운데에서 중심을 똑바르게 잡고 바로 서느냐가 중요합니다. 주역은 바꾸고 변화하기 위해서 공부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중심에 서서 있어야 합니다. 내가 서 있는 공간과 때를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알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이웃을 새롭게 변화시키며 최선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주역을 하는 자세인 듯합니다.
두서없고 무익한 말로 두어 시간 정신없이 두들기다보니 잠잘 시간이 되었네요. 좋은 밤 되세요.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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