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불타는 금요일 밤을 지새우며
토요일 새벽까지 토하도록 마신
곤드래만드래가 외나무길에서 마주쳤습니다.
두 사람은 길을 양보하기는 커녕 그 자리에 서서 상대방을 노려 보았습니다. 그들은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사이끼야 너 그럴 수 있어...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그 모습 그대로야!"
살아 있다는 자체가 반갑고 그가 나를 알아 보는 것이 신기하고 우연히 만났다는 사실이 눈물나도록 기뻤습니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아스라히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있는 소중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집에 돌아와 구석구석 뒤져서 그 친구와 함께 했던 40여년 전 사진을 찾았습니다. 사진을 스캔하기 위해 뜯으려고 하니 앨범 속에 붙어 있어 찢어지려고 했습니다. 궁리 끝에 손전화기로 찍어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국민학교 5학년 박봉학 선생님이 담일일 때 도갑사에 소풍가서 찍은 유일한 국민학교 때 사진이었습니다.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이 가물가물한 친구가 많았습니다.
그 땐 모두모두 시골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는 때였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국민학교 졸업 전에 서울행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고향을 떠난 후 만나지 못한 국민학교 친구들...
상채, 치장, 채진, 치득, 제형, 희철, 철우, 지일, 광래, 경래, 막동, 기배, 계동...
왼쪽 맨 앞 친구는 해창에 살았는데 이름이 가물거리고 그 옆 입이 큰 친구도 얼굴은 기억하는데 이름이 가물거립니다.
지나고 나면
다 그리움입니다.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
그리고 함께 했던 일
다시는 오지 않을 것들이
다 그리움입니다.
깊어가는 가을밤
수십년 빛바랜 사진을 봅니다
오늘은 내일을 그려보고
내일은 일찍 일어나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그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