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슬픈 축제

가랑비01 2014. 6. 29. 09:55

 

(슬픈 축제)

 도급 원청사 공대창고 오픈부터 하역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온 생계형 영세하도급업체 영세사가 있었습니다.   

 영세사는 원청사인 공대사의 자회사 도급업체인 공대물류와 인연을 맺고, 상생협력, 동반성장의 꿈을 안고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쳐 공대사와의 꿈을 키워 왔습니다. 영세가족은 풍요로운 미래를 꿈꾸며 공대창고를 최고의 유통센터로 만들기 위해 온 몸을 던졌습니다.

 초기에 영세가족은 수개월간 하나 되어 현장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워가며 창고 안정화를 위해 몸과 마음을 던지며 피땀을 흘렸습니다. 지옥에 빗댈 정도로 힘들고 처절한 나날이었습니다.

 공대창고는 전국에 공대물품을 공급하는 핵심창고로 요일별 날짜별 물동량 차이가 매우 커서 인력운영 대응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영세가족은 꿈을 안고 창고 운영의 안정화를 위해 열심히 몸으로 뛰었습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하게도 영세사가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고용창출 100대 기업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도급사 공대물류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센터 운영을 위해 2012년부터 현재까지 3개의 협력사가 영역별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였습니다. 비록 공대창고의 운영업체는 넷이지만 공대물류를 중심으로 하나 되어 협력하고 합심하며 지속적으로 내부 효율화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여가며 날로 발전하는 창고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영세사는 비록 하도급업체이지만 국민을 위한 공대기업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하여 수없이 많은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며 밤낮으로 창고 구석구석을 내 집처럼 가꾸었습니다. 창고 업무수행능력과 환경안전관리평가 우수협력사로 공대물류의 포상도 받았으며 배송기사 만족도에서도 가장 높다고 자타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공대물류는 협력사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공감도 없이 공대창고 하역업무 기존 3개 협력사를 2개사로 통합하는 기존협력사만 참여하는 지명 최저가 경쟁입찰을 실시하였습니다. “하역 협력사 통합을 통한 효율화 및 안정적 창고 운영”이라고 하였습니다.

 통합 목적이 효율화와 안정화라고는 했지만 2012년 2개에서 3개 협력사로 운영방식으로 바꿨을 때에 도급대금의 추가증가가 없었기 때문에 이는 도급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우회적이고 변칙적인 방법으로 1개사 퇴출하고 현저히 낮은 하도급대금 인하가 목적이라고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입찰방식 또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출혈가격경쟁에서 재정적 부담이 큰 영세업체 영세사는 정상적인 입찰가로는 낙찰될 수 없기에 다분히 의도된 지명입찰이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하도급 3사의 업무 분담 영역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존 하도급대금 실적 및 산출 자료를 주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진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사활이 걸려있기에, 퇴출을 피하기 위하여 영세사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협력사들은 지금까지 한 식구가 되어 사이좋게 지내왔지만 공대창고 하도급 의존도가 높아서 이번 입찰에 회사의 존폐를 걸고 원청사와 도급사의 의도대로 목숨을 건 출혈가격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종 낙찰가는 현재의 도급대금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에 낙찰되었고, 낙찰 받은 협력사 대기업와 중견기업도 허탈해 하며 걱정만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낙찰가는 현재의 하도급대금 대비 −20‰가까이 인하된 단가였습니다. 하도급사의 원가 구성 대부분이 작업자 인건비인 점과 매월 평균 5% 미만의 운영관리수수료를 감안하면, 이는 실질적으로 작업자 인건비를 20%수준 인하한 것과 다를 바 없으며, 협력사가 해당 도급대금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현재의 도급대금도 대부분의 작업자가 최저시급 수준밖에 받을 수 없는 단가였기에, 오랜 시간 숙련된 인력을 통한 효율화로 생산성, 업무강도를 높여가며 가까스로 유지해 왔었습니다. 낙찰가는 협력사의 복리후생과 보건 및 안전 여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결국은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는 힘들어 도산의 위기로 갈 수 밖에 없는 수준의 낙찰가였습니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하도급법이 강화되어서 소송에 불리해진 공대기업 일부가 영세하도급 업체를 정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억울하게 퇴출된 영세사는 초기 안정화시기에 쏟아 부었던 숙련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비용과, 유찰로 인한 사업 정리로 갑작스런 큰 정리비용을 감당해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결국은 파산의 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노동은 상품이 아닙니다. 현장 노동자의 생존인 인건비로 이루어진 하도급대금을 터무니없이 낮추고 쫓아내는 행위에 참담함과 울분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입찰은 터무니없이 낮은 하도급대금으로 낙찰되어 영세사 수십여명의 직원들이 낙찰 받은 협력사로 소속을 옮겨 승계근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는 도급사의 강압과 횡포에 의한 영세하도급사와 다수 근로자에 대한 우회적이고 부당하고 일방적인 해고 행위로 볼 수도 있었습니다.

 공대기업 공대창고에서 지명 최저가 입찰을 통해 업체를 퇴출시킨다고 위협하여 단가 인하를 강요한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영세하도급업체와 현장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를 살벌하고 슬픈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서글픈 축제 한가운데에는 원청사 공대기업이 있었습니다. 그들 무엇을 위하여 이 축제를 기획했을까요? 공대사와 공대물류 수익을 위하여? 승진을 위하여? 푼돈을 위하여? 공익을 위하여?

 공대기업과 공대물류는 공대창고의 불쌍한 현장노동자 생존이 달려있는 피묻은 하도급대금을 어디에 사용하려고 빼앗았을까요?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책임져야 할 가족 생각과 자책감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자본에 팔려가는 소모품 노예인 줄도 모르고 앞으로만 달려온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습니다. 새벽부터 밤이 새도록 몸을 던져 일하면서도 희망이 있기에 피곤한지 모르고 공대사와 공대물류와 한 가족이라 착각했던 순간들이 끝이 보이지 않은 절망 속에 아른거렸습니다.
영세사 대표도 영세사 현장 노동자도 갈팡질팡 갈 길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가 달려있기에 어찌할 줄 모르고 터지는 가슴을 움켜지고 있었습니다.

 범정부 차원의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화된 하도급법이 개정 시행된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하도급법의 핵심은 하도급대금의 부당한 인하를 완화하는데 있습니다. 강화된 하도급법이 불편한 공대기업은 영세중소기업을 정리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하도급법 제4조에는 단가인하를 위한 견적단계까지 언급하고 있지만 계약을 작성한 후에 발생한 인하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듯한 애매모호한 문구로 되어 있습니다. 법조문은 법의 취지와 목적에 맞도록 간결하고 명확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수백년이 지나도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알아볼 수 있고 분명한 표현이어야 합니다.

 3개사 중에서 1개사를 재계약에서 퇴출시킨다고 위협하여 터무니없이 하도급대금을 인하한 이야기입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국민의 세금이 지원된 공대기업에서 영세하도급 업체를 쫓아내고 소속된 수십여명의 노동자가 실업자가 되게 되었으며 낙찰 받은 하도급업체도 터무니없는 단가로 수십 명의 직원의 인건비를 대폭 낮추어서 열악한 조건으로 창고운영을 적자를 보며 운영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팽겨쳐진 생계형 영세하도급 영세사 가족은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불행이 걱정되었니다.

 인건비로만 이루어진 하도급대금에 대한 최저가 입찰제도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입찰제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법률만 있는 듯합니다. 사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입찰제와 계약제와 하도급법을 하나로 묶은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도급공정화법률은 계약전단계를 포함한 거래 전과정에 대한 부당한 단가인하를 금지하도록 확대 개정해야 합니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절차상 하자가 없었더라도 하도급법의 기본 입법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오는 비도덕적 행위는 국민의 준엄한 도덕적 심판이 따라야 하며 억울하게 당하는 힘없고 빽없는 약자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해야 영세하도급사와 그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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