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산길

가랑비01 2016. 6. 30. 22:14

산길

 

먼동이 터오르는 이른 새벽 북한산자락....
종알종알 밤새 안녕 인사하는 산새들 노래소리....
산으로 오를수록 인적이 없고 새들도 침묵하고 발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적막산중이었습니다....

 

나홀로 무아지경으로 휘적휘적 맑고 고운 산기운을 홍건하게 즐기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그릇깨지듯이 째지는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름이 확 돋아나며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어두운 숲속을 바라보니 희긋희긋 흔들흔들 머리를 산발한 사람이 덤불사이로 나왔습니다.

 

"AC8 사람 처음보우 뭘 그리 긴장하는 것이야"
"사람이 없는 줄 알다가 갑자기 소리가 나서 놀랐습니다."

"AC8 새들도 마음대로 소리지르는데 사람은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하니 역차별에 참을 수가 없어 한 번 소리쳐 보았던 것이야."
"그것은 산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입니다."

 

"AC8 사람도 동물이오. 사람도 소리 지를 자유가 있지."
"소리 지를 곳은 노래방을 비롯하여 몇 장소가 있지요. 산에 오면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하나되니 좋잖아요."

 

"AC8 자연과 하나가 된다. 물아일체라 좋지 좋아. 산에는 자주 오시오?"
"네 시간이 나면 옵니다."

 

"AC8 그럼 산사람이네"
"산사람까지는 아니고 산이 좋아 자주 찾습니다."

 

"AC8 그럼 산길에 훤하겠네. 난 아까 보다시피 길을 몰라서 가시덤불을 뒤집어 쓰고 헤매다 닥치는대로 뛰쳐 나왔소."
"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 몇 개를 따라 다녔을 뿐입니다. 구태여 덤불속에 들어갈 이유는 더욱 없고요."

 

"AC8 산에 사는 산사람인 신선도 아니고, 산길을 만들기도 하면서 산 길 따라 그냥 그렇게 걷는 도인도 아니면서 왜 새벽부터 산을 오르는건대?"
"건강관리하려고요"

 

"AC8 뭐라고? 체력관리는 헬쑤클럽에서 하면 되잖아. 운동장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저 아래 산자락에 운동기구로 단련하면 되잖아. 왜 너니내니 지팡이를 들고 다니면서 바닥을 쿡쿡 찔러 산을 훼손시키면서 무엇하려고 힘들게 올라와......"
"네 알겠습니다. 산에사시는 신선같으시고 산길 가시는 도인 같으신데 도란 무엇입니까?"

 

"AC8 도? 길! 그 딴 거 난 몰라 아니 알 필요도 없어...
그 유명한 도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는 절대불변의 도가 아니다. 이 따위 야그에 내가 세월을 허송했었지. 아니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거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길은 세상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그런 길이 아니야. 내가 말하는 말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되어지는 말이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은 자기가 생각해왔던 정형화된 생각에서 발상의 전환을 하라는 것이야.

이 말이 바로 노자 도덕경 도입부인데 이 말에 무슨 절대불변 진리가 있는 줄 알고 목숨을 걸고 이 구절을 탐구했더니 허송세월만하고 보다시피 세상사람들이 무시하는 이 몰골이 된거야. 그냥 고정된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다양하게 가능성있게 보자는 말이었을 뿐인데..

진실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알기 쉬운 말로 예를 들어보자.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와 왔다 는 말은 죄를 뉘우치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의 틀을 바꾸라는 것이야. 하나님의 참빛은 애초에 온우주에 가득하여 어둠이란 없는 것이야. 내가 율법을 어겼다는 죄의식에 하느님을 멀리하여 하느님께로 나아가지 못하여 어두운 마음 속에 나를 가두는 것이고 그 마음 자리가 지옥이야. 믿음으로 용서가 되었다는 마음이 되면 바로 참빛 안에 있게 되고 천국에 있게 되는 것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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