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영봉을 산책했습니다.
영봉은 북한산 인수봉을 마주보고 있는 높지 앉은 봉우리입니다. 영봉은 산을 사랑하여 산의 품으로 들어간 산악인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들이 있어서 영봉(靈峰)이라고 합니다.
추모비가 있기 전에는 어떻게 불리어졌는지 알지 못하지만 개인적 소견으로는 북한산 연봉과 도봉산 연봉들 사이에 위치한 작은 봉우리여서 그림자 봉우리(影峰)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인수봉을 비롯한 북한산 연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도봉산 연봉을 조망할 수 있고 북한산 북쪽을 조망할 수 있고 서울시내를 조망할 수 있고, 여러 봉우리를 마주하고 있는 봉우리여서 영봉(英峰)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있습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이름은 영봉이 동서남북을 조망하고 멀리 수락산 불암산 등 여러 산들을 마주하고 여러 봉우리들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특히 북한산 끝자락에서 제일 먼저 햇님을 맞이하고 삼각산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먼저 맞이한다는 뜻에서 해맞이봉인 영봉(迎峰)이라고 불리어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이른 새벽 늦은 해맞이를 위해 북한산 영봉을 향하여 집을 나섰습니다. 연초부터 연말 재고실사와 휴일 없는 근무로 새해맞이를 하지 못하여 해돋이를 보고 싶었습니다. 마음은 산행의 기쁨에 들떠 있는데 다리는 저리고 절뚝거리고 몸은 무거웠습니다. 휴일 없이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영봉까지 산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산자락에 접어들자. 어둠을 깨우는 힘찬 계곡물소리가 온 몸으로 흐릅니다. 팔다리에 생명의 힘이 가득 솟아납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맑고 파랗습니다. 햇님을 맞이하기 위해 만물이 밝게 생명의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분명 컴컴한 어둠 속인데도 알 수 없는 신비한 빛이 고요한 세상에 가득입니다. 산에 있는 사람도 덩달아 빛과 하나 됩니다. 야간 새벽산행의 즐거움은 바로 지금입니다.
아스라이 먼 동녘에 햇님이 솟아오릅니다. 성냥갑보다 작게 보이는 서울시내 건물들을 내려다보며 맞이하는 해맞이는 동해 일출에서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별미입니다. 핸드폰을 들어 장엄한 태양의 탄생 사진을 찍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적 순간에 핸드폰 밧데리가 나갔습니다. 태양의 장엄한 서사시를 카메라가 아닌 가슴에 담았습니다.
대지위에 태양이 떠오르는 형상을 화지진(火地晉)이라고 합니다. 진(晉)은 나아가고, 꽂고, 사이에 끼운다는 뜻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낳고 자라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 는 사람을 창조한 목적이고 하느님의 명령이고 생명체가 살아가는 목표입니다.
행복은 잘 사는 것입니다. 잘사는 것은 바로 생명의 말씀대로 사는 것입니다. 대지 위에 움터 오르는 어린 새싹의 생명기운을 우리 옛어른들은 하느님이라고 합니다. 대지 위에 솟아오르는 햇님처럼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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