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2005년4월
"아빠! 도서관 가요."
"응"
"아빠! 도서관 가고 싶어요."
"그래 가자"
아빠는 나를 번쩍들어 자전거 앞쪽 내 전용 의자에 태웠다.자전거 앞에 앉으면 신이 난다. 내가 핸들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 보기도 하니까 내가 자전거를 몰고 가는 것 같다. 빵빵이도 눌러 지나가는 사람들을 비끼게 하기도 한다.
슝슝 슝슝슝 따릉 따르릉
자전거는 차츰차츰 속력을 내며 빨리 달려 갑니다.
쌩쌩 바람도 커다란 나무도 사람들도 휙휙 옆으로 지나갑니다.
자전거는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우이천을 따라 올라 갑니다.
어느덪 멀리 보이던 북한산이 점점 가까워 집니다.
"미소야!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서울에서 제일 높은 백운대이고 그 옆이 인수봉과 만경대야. 저기가 우리가 자주 올라 갔던 대동문과 진달래 능선이고, 저쪽에 아스란히 보이는 곳이 작년에 우리가 고생하며 올랐던 도봉산이야"
도서관은 우이동 솔밭을 마주 보며 멀리 북한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답니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도로가에 자물쇠를 채워 놓고 도서관에 들어 갔다.
"아빠! 하~나, 두~울, 세~엣. ......"
"응! 하~나, 두~울, 세~엣..........."
"열 하나'
"열 하나, 그런데 계단이 전부 몇 개지?"
"다섯개요"
"머라고? 열 하나잖아. 너가 마지막에 부른 숫자가 계단 숫자잖아!"
"음헤헤 응"
"먼저 2층에 가서 아빠책 먼저 빌리고 내려 오자"
"응"
우리는 2층 어른 열람실에 가지고 온 책을 반납하고 들어갔다.
"항상 이야기 하는데 형아랑 누나들이 공부하니까 떠들면 안돼. 조용히 해야된다. 안 그러면 쫓겨 난다"
"......."
아빠는 책장을 둘러 보면서 무슨 책인가 열심히 찾으며 읽기도 한다.
나도 늘 그러듯이 아는 건 없지만 아빠처럼 열심히 아무거나 찾아 본다. 커다랗고 두꺼운 책을 골라서 폼 내면서 읽는 모양을 내 보지만 금방 싫증이 난다. 책장을 놀이터 삼아 빙빙 소리 지르며 돌아 보기도 하고 창가에 있는 에어컨 뚜껑을 들었다 놨다 하면 아주 재미있다.
덜커덩 덜커덩.
"쉿!"
덜커덩 키익 챙챙.
"쉿! 조용히 하랬잖아"
꽈땅 꽈땅.
" 푸헤헤,음하하! 정글 수풀 지나~서 가자.......기어서 가자~..."
"쉿! 이리와. 안되겠다. 일단 나가자"
아빠는 급히 손에 잡히는 대로 두 권의 책을 뽑아 책을 빌렸다. 우리는 다시 계단 숫자를 세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빠! 물고기야, 물고기!"
"응 물고기들이 잘 있었네"
"물고기들아 안녕? 어! 아빠 쟤는 잠을 못 잤나 봐. 졸고 있어"
"그러네"
"아빠 얘 좀 봐. 얘는 비누방울 놀이해"
우리는 어린이 방으로 들어갔다.
앉아서 책을 읽는 형아들과 누나들이 오늘도 많았고 아기들은 엄마들이 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아빠! 나 이거 골랐어"
"응 , 재미있는 책을 골랐구나. 이제 가자"
나는 커다랗고 두꺼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오면 너무나 신이 난다. 대학생 누나들처럼 책을 폼나게 들고 가는 게 재미있다. 아빠는 항상 책을 두 권 빌리고 나는 한 권 빌린다.나는 아빠가 책을 안 빌리고 내 책만 세 권 빌려오는 날은 특히 신난다.
내가 네 돌이 되어야지 나도 도서대출회원이 될 수 있고 그 때는 책을 내 이름으로 세 권을 빌릴 수 있다고 아빠는 기대하신다. 아빠는 책을 많이 빌려가고 정확히 반납하면 우수회원으로 등업시켜서 책을 더 많이 빌려 주면 좋을 텐데 하며 아쉬워 하신다. 난 잘 모르겠고 빨리 책을 많이많이 빌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아빠랑 도서관에 가는 것이 즐겁고 책을 빌려서 폼 내는 것도 즐겁고 집에 가서 엄마가 읽어 주면 재미있다. 빨리 가서 책을 자세히 보고 싶다.자전거를 타고 개천길을 따라 아빠랑 노래 부르면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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