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나눔

여인의 마음, 부활의 마음

가랑비01 2007. 3. 1. 09:53

                           여인의 마음, 부활의 마음

                                                          멜기세덱

 

 

 그런데 마리아는 무덤 밖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울다가 몸을 굽혀 무덤 속을 들여다보니 흰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천사는 예수의 시체를 눕혔던 자리 머리맡에 있었고 또 한 천사는 발치에 있었습니다.

 

 천사들이 그 여인에게 말했습니다: "여인아,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 마리아가 대답했습니다: "누가 저의 주님을 가져갔습니다. 어디 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리아가 이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섰을 때 예수께서 서 계신 것이 보였지만 그분이 예수이신 줄을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 마리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아, 왜 울고 있느냐? 그리고 누구를 찾느냐?" 마리아는 그분이 동산지기인줄 알고"여보세요, 당신이 그분을 옮겨 갔거든 어디다 두셨는지 말해 주시오. 내가 그분을 모셔 가겠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예수께서 "마리아야!"하고 부르셨습니다. 마리아가 돌아서서 히브리말로 "랍오니!"하고 불렀습니다. 그것은 "선생님이여"라는 뜻입니다.

 

 예수께서 마리아에게 말슴하셨습니다: "나를 만지지 말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않았다. 이제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내 아버지 곧 너희의 아버지, 내 하나님 곧 너희의 하나님께로 올라 간다고 말하라." 막달라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가서 자기가 주를 만난 일과 주께서 자기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는 것을 전했습니다.(마태20:11)

 

 

 예수께서 부활하신 사건(무덤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목격한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와 몇몇 여인들)였다고 네 개의 복음서는 일치해서 증언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증언입니다.

 

 신약 성서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고대 사회입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당시 여인들은 거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도 모두 남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남자 제자들은 신약성서가 기록되면서 정경화(正經化)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이미 당시 교회 공동체 안에서  권위있는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 우리 신앙의 알갱이 중의 알갱이인 부활 사건에서 이들 남자 제자들은 결코 주인공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우리 성서는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활의 첫 증인이 여인(들)이었다'라는 성서의 증언은 그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예수께서 일찌기 일곱 마귀를 쫓아내어 주셨던 여자"(마르16:9)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녀를 괴롭혔을 '일곱 마귀'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이상한 뿔이 달린 모습을 하고는 희한한 요술을 부리는 사탄(괴물)'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시의 율법적 세계관에 의해 가난하고 힘이 없는 하층민들이 대개는 겪을 수밖에 없었던, 죄인 취급을 여러 번(일곱) 받은 일'을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녀는 '사회적으로 온전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성서는 이 여인을 아직도 어두운 이른 새벽에 주님의 무덤을 가장 먼저 찾아간 사람으로 기록하였습니다.어쩌면 부활하신 우리 주님께서는 일부러 당신 자신의 부활을 이 여인에게 제일 먼저 알려 주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

 

 '일곱 마귀'로 인해 전(全) 생애를 치떨리는 모욕과 아픔으로 지내야만 했던 그녀에게 자유와 해방과 생명의 빛이었던 예수님, 그의 죽음은 '바로 자신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곧 자신의 무덤을 찾아가는 것과 다를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무덤 속에는 그녀의 꿈과 생명도 묻혀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사모하던 것을 잃어버렸을 때의 심정을 우리는 앎니다.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을 예수님을 못내 잊을 수 없어 캄캄한 무덤을 찾아가는 이 여인의 마음, 이리 저리 달음질치고 두리번거리며 "여보세요. 당신이 그분을 옮겨갔거든 어디에다 모셨는지 알려 주세요. 내가 모셔 가겠습니다."라고 호소하는 여인의 마음이 이 부활 아침,우리들의 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죽음에서 나의 죽음을 보고, 예수님의 무덤 속에서 나의 꿈도 묻혀 있음을 보는 일, 그래서 그분의 무덤이 다시 활짝 열린 일은 곧 나에게도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 것임을 발견하는 마음이 부활의 마음일 것입니다. 

 

                                                              나눔, 그 아름다운 삶 / 멜기세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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