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말씀의 내적 균형
멜기세덱
그들이 여행하는 중에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는데 마르다라고 하는 여인이 예수를 자기 집에 모셔들었습니다. 이 여인에게 마리아라고 하는 동생이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주의 발 곁에 앉아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 가지로 접대하는 일에 분주했습니다.그래서 마르다가 예수께 와서 말했습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괜찮게 생각하십니까? 가서 거들어 주라고 제 동생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나 주께서 마르다에게 대답하셨습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고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은 많지 않다. 다만 하나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마리아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루가10:38)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의 이야기는 요한 복음에도 나오지만 오늘 본문은 루가복음의 독특한 자료입니다. 이 이야기는 듣는 이들이 저마다 편리하게 해석하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 두 자매 가운데 하나를 자신과 동일시 하려는 사람도 있고 요즘은 특히 봉사를 강조하려는 경향 때문에 마리아를 제쳐놓고 마르다를 부각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서를 제각기 다른 상황이나 입장에 다라서 달리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말씀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출발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본문은 저 유명한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와 "주의 기도" 사이에 들어 있습니다.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하고 묻는 율법교사나 그와 같은 사람들에게 예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이처럼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하는 것을 말씀하신 대상은 말로만 따지고 들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적 허위성에 빠지거나 율법주의와 관념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에게 봉사하되 말씀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의 본문에서는 마르타가 그 표본으로 나타납니다. 자신이 음식을 장만하느라 열심히 일할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마리아까지도 자신과 독같이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봉사와 말슴의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생기는 문제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합니다.
참고로 요한복음에 나오는 마르타와 마리아에 관한 내용도 살펴 보겠습니다. 그들의 오빠인 나자로가 죽은지 나흘이 지나서 예수님게서 오셨을 때의 모습입니다. "마르타는 예수게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마중 나갔고 마리아는 집에 남아 있었다"(요한11:20) 두 자매는 오빠의 죽음에 대하여, 그리고 예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대하고 서로 다르게 대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찾을 수 있는 인격의 두 가지 측면, 즉 지성과 감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나는 마르타와 같은 사람이다 또는 마리아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주님의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는 것도 좋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입니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고 선언하시는 예수를 통해 우리는 조용히 예수 곁에 앉아 말씀을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재확인하게 됩니다.
믿음을 사랑으로 나타내는 사마리아 사람과 내적 균형을 이룬 영성의 참 모습을 드러내 줍니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 너무 많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 갑니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좀처럼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어는 선승의 말처럼 밥을 먹을 땐 밥만 먹을 뿐, 차를 먹을 땐 차만 마실 수 있어야 하는데 좀처럼 그렇게 되질 않습니다.
우리의 지력과 마음과 몸은 너무도 자주 분리를 경험합니다. 지력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잣대로 재고 있으며, 마음은 분노나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그 동기를 삼고 잇으며, 몸은 편리한 것과 나태한 것으로 각각 한 몸인 나도 내 안에거 분리를 경험합니다. 좀처럼 화해되지 않음을 경험하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정말 잠시도 깨어있어서 몸과 마음과 정신을 다해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사랑을 할 수 없을까요? 사랑할 대 사랑만하고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아야 함을 오늘의 말슴을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가져 봅니다. 말씀과 봉사의 통일은 내안의 화해와 일치가 먼저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나눔, 그 아름다운 삶 / 멜기세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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