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동심

문제아 / 박기범

가랑비01 2009. 11. 15. 06:20

문제아

       박기범

 

  나는 문제아다. 선생님이 문제아라니까 나는 문제아다. 문제아라고 아예 봐 주는 것도 많다. 웬만한 일로는 혼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점저 더 문제아가 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거다. 나를 보통 아이들처럼 대해 주면 나도 아주 평범한 애라는 걸 아는 사람은 딱 한 명 빼고 아무도 없다.

 

 오늘은 서산에 다녀왔다. 서산은 아빠가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이다. 아빠와 오빠는 산소 주위의 풀을 다 베고 나서 산 소 주변으로 물길을 다시 다듬었다. 삽으로 흙을 떠서 그 옆으로 다지는 아빠 얼굴에는 땀이 줄줄줄 흘렀다. 아빠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켁켁거리고 맴돌며 삽질하고 있는 오빠를 뒤돌아보면서 좋은 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뭐든지 일을 힘으로만 하려면 더 안 되는 법이다. 삽을 꽂을 때도 땅 속에 있는 흐름을 타야 하는 거여. 힘으로만 삽을 찌르려고 하면 땅도 야물차게 튕겨내려 할 거다. 자 삽 가지고 이리 와 봐라." 

 

 우리 엄마는 아직 모르는 게 있다. 나는 안다. 그건 뭐냐면 좋은 대학교보다 더 좋은 게 있다는 거다. 그건 쫄아드는 마음 없이 지내는 거다. 찔린는 기분이 없는 거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끼리 쭉 같이 사는 거다. 외톨이가 되고, 마음이 쫄아들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걸 차지해 봤자 하나도 좋지 않다. 나는 우리 동네가 참 좋다. 우리 학교가 참 좋다. 내 친구들이 참 좋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집을 지키려고 돌을 던지면서 싸우지만 야만인이 아니다. 맨날 가난하게 살지만 , 그건 대충대충 살려는 심보가 아니다. 끝방 아저씨처럼 집도 없이 길거리로 떠도는 사람들도 그렀다. 길거리에 떠도는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라 집이 헐려 나간 우리 동네 사람들처럼 보통 사람들인 거다. 나는 예전에 살던 우리 동네 모습이 그립다. 저녁에는 애들이랑 시끄럽게 놀고, 아저씨들이 일 끝나고 오느라 북적북적 하던 때가 그립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다시 다 모여서, 어울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나와 가장 통하고 내가 가장 믿고 좋아하는 김미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여러분 모두는 다 별빛같은 아이들입니다. 여러분은 누구나 다 똑같이 소중합니다. 그러나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자기만의 빛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가을 밤하늘의 별빛들이 다 다르면서도, 자기만의 빛으로 아름다운 것과 같습니다. 어제는 밤에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참 많았습니다. 별들을 따라가면서 여러분 얼굴을 한 명, 한 명 떠 올렸습니다. 선생님은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출처: 문제아 / 박기범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