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등회장이 물었다.
“우리 등중그룹이 마음과 몸을 던져 세계최강기업을 아무리 열심히 섬겼어도 작은 기업이라 서러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맹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저희는 최강기업도시 전체의 공단관리시스템을 하도급받아 공단관리운영대행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강기업이 갑자기 두 개의 하도급업체로 운영하여 오던 공단관리운영을 한 개의 업체로 운영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자금력에 열세인 등중그룹은 결국 공단관리운영권을 터무니없이 낮은 최저가로 낙찰 받은 경쟁기업 세계초일류기업에 하루아침에 내주게 되었습니다.”
“그 경쟁기업은 공단관리자동화시스템 전체를 가동해 본 적인 없었고 운영 단가가 터무니 없이 낮아서 신규채용으로는 공단운영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공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핵심전산관리 일부만이라도 등중그룹이 한시적으로 운영해줄 것을 요청해왔습니다. 그 경우에 전체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두뇌인 관리직을 해고해야 하고 그룹을 해체해야 하지만 회장인 저는 중소기업 사장이 되어 혼자는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등중그룹 관리기획부소속 직원 전원은 다른 나라의 최강기업공단 자동화시스템 설치권과 운영권을 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데 예상 대기 기간 동안 수 백 명의 인건비를 감당할 길은 없고 어찌해야 할까요?”
맹사장이 대답하였다.
“옛적에 주나라 태왕이 빈(邠) 지역에 도읍하고 있을 때 적인(狄人)이 침략해 왔습니다. 적인에게 가죽과 비단과 예물로 극진히 섬겼지만 그들의 착취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개와 말로 섬겨도 벗어날 길이 없고 주옥으로 섬겨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결국 여러 태왕은 원로들에게 ‘적인이 원하는 것은 우리 땅입니다. 저는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빈지역을 떠나 양산을 넘어 기산 아래에 거처를 정하고 살았습니다. 그러자 빈지역 사람들이 ‘어진 사람이다. 잃어버리면 안 된다’하고 시장에 가듯 뒤를 따라갔습니다. 어떤 이는 ‘대대로 지켜 온 땅이라 내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목숨을 바쳐 떠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등회장님께서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주나라 태왕이 빈지역의 임금 자리를 내어놓고 기산 아래로 옮겨간 사실은 최고경영자인 임금 자신의 지위와 이익보다는 자기 백성을 먼저 생각한 것이고, 임금과 토지와 백성으로 나라가 구성되지만 백성이 나라의 뿌리라고 여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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