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미소

(미소29) 개떡

가랑비01 2005. 6. 17. 23:41

 

<개떡>

2003년6월

 

"찰떡은 뭐로 만든 거야?"

"찹쌀로~ 만들었지."

 

"수수팥 떡은 뭘로 만들었어요?"

"수수와 팥으로 만들었지"

 

"그러엄 아빠, 개떡은 개로 만드렀어?"

"뭐라고? 어떻게 개떡을 알았니?"

 

"오늘 낮에 어떤 사람이 지나가면서 날씨가 개떡같네 하면서 지나갔어"

'그랬어?"

 

"그리고요 빈대떡은  더러운 빈대로 만들어?"

"으이구!"

 

"시루떡은 시루에다 쩌서 시루떡이면 빵은 오븐떡이라고 불러야 하잖아?"

"그을쌔"

 

"아빠 내 말 제대로 듣고 있는거야. 정신을 어따 팔고 있어요. 아빠는 모든 걸 다 아는 척 큰소리 쳐 놓고 막상 궁금한 걸 물어 보면 왜 꼭 흐지브지 안 가르쳐 줘요?"

 

"그랬어? 아빠도 모르는 것이 조금 있어서 생각하느라고 그랬어. 빈대떡은 빈대를 넣은 것이 아니고, 빈대가 먹으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다. 모양이 빈대처럼 납작하다고 해서 빈대떡이라고 부르는데 더 궁금하면 자세한 것을 시간을 내서 찾아볼께. 빈대떡 대신 쓸만한 이름이 있으면 너가 생각해 봐. 너가 더 좋은 이름을 생각해서 널리 알리면 그 이름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개떡이라고 그랬지. 아빠가 초등학교 다니던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가난해서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 과일에 껍질이 있듯이 모든 곡식에도 껍질이 있다. 과일 먹을 때 껍질은 깎아 버리듯 곡식도 껍질을 깍고 먹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먹는 보리나 밀도 껍질을 기계로 깍고 알맹이만 먹는다. 보리는 정미소에서 갈아서 알맹이를 먹고 껍질은 사투리로 죽재라고 해서 돼지 먹이로 쓰였고 밀은 알맹이인 밀가루는 먹고 껍질은 사투리로 밀기율이라고 사료로 쓰였다.

 

보리 껍질은 여러 번 깍는데 먼저 깍은 거친 것은 돼지 주고 그 다음에 약간 속에 있는 것은 떡을 해 먹었다.  그것이 개떡이란다.그래도 밀껍질로 만든 개떡은 맛이있었고 보리 껍질로 만든 개떡은 퍽퍽하고 맛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아빠 초등학교 다닐 땐 개떡도 허겁지겁 먹어서 배를 채웠단다. 

 

그 당시 새마을 운동으로 저수지를 만드는 공사를 해서, 일한 어른들에게 품삯으로 밀가루를 주었는데 밀가루에다 사카린을 치고 소오다를 쳐서 반죽을 해서 밥 위에 호박 잎파리를 넓게 펼치고 밀가루를 올려 놓아서 만든 밀가루 빵은 최고로 맛있는 것에 속했단다.

 

그 시절에는 엄마가 논밭에 일하러 가시면 아기들은 따로 먹을 것이 없어서 형아나 누나들이 그 밀가루 빵을 조금씩 떼어  아기에게 주고 아기를 업고 부모를 대신해서 아기를 돌보았단다. 밀가루 빵이 아기들에게 이유식인 셈이였지. 개떡은 개가 먹는 떡이 아니라 아빠 어렸을 때 밥을 대신해서 먹은 거치른 떡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아빠 아빠, 그러니까 개떡은 맛은 없지만 좋은 떡이네요? 이제 개떡이라고 부르지 말고 귀여운 강아지 떡이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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