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미소

(미소31) 깎아 주세요

가랑비01 2005. 6. 21. 23:04

 

<깎아주세요>

2005년6월

 

"안녕? 어서와!"


"아저씨, 깍까 파나요?"

"응? 까까는 수퍼에서 팔지."

 

"아~저씨~, 깍까 주냐구요?"

"아하 머리 깎아 주냐구?"

 

"으이구 장난감 깎아 주냐구요?"
"그럼, 아저씨네는 항상 깎아서 팔잖아. 골라봐."
"이거 1000원으로 깎아 주세요."
"뭐? 그거는 1000원으로 못 사는 비싼 가격이야."

 

"그래도 깎아 주세요. 깎아 준다고 했잖아요. 왜 1000원으로 깎아 줄 수 없는데요?"
"아주 비싼 것은 1000원으로 깎아 줄 수가 없다. 거기에 붙어있는 가격이 깎아서 붙여논 파는 가격이지."

"지난 번에는 깎아줬는데, 내 말은 1000원에 싸게 주라는 거여요."
"너 몇 살이니?"


"6살이요."
"키가 무척 크구나. 엄마는 어디 계시니?"
"집에 계셔요. 1000원을 주시면서 마음에 드는 것 사라고 했어요."
"그랬어. 일단 내가 그 가격에 맞는 것으로 몇 가지 골라 줄까?"

 

"싫어요. 저는 이게 마음에 들어요. 이걸로 주세요"
"그거는 1000원 짜리가 60개가 있어야 한다. 스티커가 어떻겠니?"
"싫어요."
"지우개는?"


"싫다니까요."

"비누방울은?"
"싫어요."
"풍선은?"


"그딴 건 싫다니까요. 아참 좋은 방법이 떠 올랐어요, 아저씨 여기 조종하는 포크레인 없어요? 아, 여기 있네."
"그거는 비싸다."
"이거 49900원 이네요."
"그래. 어떻게 가격을 읽을 줄 아네."


"아저씨 이거 주세요."
"그건 비싸잖아. 아저씨도 마음대로 줄 수가 없다."

"이것 하나도 안 깎아 줘요?"
"그 가격이 깎아서 파는 가격이야."


"장난감은 정말 비싸요"
"요요는 어떠니?"

'그딴 건 우리 집에도 많아요."
"종이 딱지는 어떠니?"


"히히, 네 좋아요."
"네 개에 1000원인데 4개 줄까?"

"아저씨 그거 한 개에 300원이잖아요. 3개 주세요"
"3개에 900원이고 네 개에 1000원인데?"


"3개 주고 100원 남겨 주세요."

..........................................................................
..........................................................................

 


"휴! 아저씨, 아이들에게 물건 파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군요? 6살 짜리가 대단하군요?"

 

"맞어요.  여기있는 우리 미소가 일년 후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네요. 저렇게 하나하나 어른이 하는 과정과 비슷하게 따지고 가격에 민감한 아이들이 있지요. 반대로 물건을 돈을 주고 사고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아이도 있지요.

 

얼마 전에는 6살 남자 아이가 혼자 들어오더니 커다란 장난감을 하나 들고 당당하게 들고 나가는 거예요. 밖에 부모님이 오셨나 보았더니 아무도 없고 계속 들고 걸어 갔답니다. 그 아이는 부모님과 같이 와서 장난감을 사면서 부모가 계산을 하시는 것을 모르고 어린이나라에 와서 언제나 장난감을 들고 가도 된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한참 설명을 해 주었는데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으로 갔답니다."

 

"아니, 우리 모범이 같은 경우가 또 있었네요."


"모범이는 지금 고등학생이지요? 어릴 때 모범이는 똑똑하고 영리했잖아요?"

 

"맞아요. 그 당시 말도 또박또박 하게 잘 해서 ,모든 걸 다 잘 한다고 생각하던 때 였지요.
어느 날 수퍼 앞을 지나는데 모범이가, "엄마, 저 수퍼 아저씨가 나 수퍼에 오지 말라고 그랬어."라고 말해서 수퍼 아저씨에게 물어 보았지요.

 

그 수퍼는 우리가 자주 가는 단골 수퍼 였지요. 우리 모범이가 어느 날부터 아이스크림통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더랍니다. 처음에는 엄마랑 같이 온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혼자와서 먹는 걸 보고 혼자와서 먹지 말라고 했답니다."

'해맑은 미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소33) 지피지기  (0) 2005.06.26
(미소32) 도라지꽃  (0) 2005.06.22
(미소30) 호박씨  (0) 2005.06.19
(미소29) 개떡  (0) 2005.06.17
(미소28) 장기  (0) 200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