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샘

나도 잘하고 싶어요 / 김형모

가랑비01 2010. 10. 4. 21:00

나도 잘하고 싶어요

 

<만남>

 

 사람들은 어느 곳에 가나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나 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청소년과 관계되는 일이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할 수 있으면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 옆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살펴 보곤 합니다.

 

 어제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네 학생의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습니다.  네 명의 친구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이 네 사람이 친구가 되었을까 의아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세 명 중 한사람이라도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래, 그랬구나' 하는 공감은 커녕, 네가 이야기 했으니 이제는 내가 이야기할 차례라는 식으로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기 바빳고 솔직한 제 느낌은 그 복잡한 지하철안에서 옆사람을 의식해 그들은 마치 자기를 과시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들의 인간관계가 가까운 사람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이에서도 상대방의 얘기는 공감해 주지 않고 자기 주장에만 그친다면 그 만남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늘 상대의 입장에 서고 상대의 감정에 공감해 주면서 기뻐할 때 기뻐하고 슬퍼할 때도 함께 슬퍼해 주는 마음 씀씀이가 필요한데 상대의 말에 "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 는 식의 대꾸나 "그래, 그랬어" 라고 넘어가 버리거나 아예 상대의 감정은 생각지도 않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 간다면 그 만남은 쉽게 깨어지고 맙니다.

 

 인간관계는 자주 만나서 함께 있다고만 해서 그 만남이 굳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공감해 주는 것, 그 친구와 같은 감정이 되어주는 것인데 그것은 내 자신이 그의 처지가 되어서 그의 관심거리와 그가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을 나도 느끼며 그렇게 상대를 진심으로 대해 주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런 만남이 잠시 만나도 건성으로 종일 만나는 것보다 더 가까운 만남이 됩니다. 우리들은 친구를 원하고 찾으면서도 그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의 일밖에 관심이 없어서 좋은 만남의 기회를 놓치곤 합니다. 어제 지하철에서 자기 주장만 1시간씩 펴다가 헤어진 네 학생은 이 시간 "난 웃고 떠드는 친구는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는 없어요"라고 중얼 거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친구>

 

 청소년 시절에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만남은 곧 친구와의 사귐입니다. 함께 나눌 수 있고 함께 어울려 분식 센터라도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 일입니까? 그래서 청소년 시절엔 친구가 부모보다 더 소중하고 좋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친구사귐이 좋고 중요한 만큼 친구 때문에 겪는 갈등 또한 많은 게 사실입니다. 나와 친한 친구 사이에 갑자기 다른 아이가 끼어 들어와 어느날 갑자기 내 친구가 그 친구와 더 가깝게 지내게 되면 우린 상처를 받고 어쩔줄 몰라 합니다. 서로를 미워하고 무관심한 척 하면서도 공부를 망치고 학교생활 역시 망치고 맙니다.

 

 늘 함께 다닌다고 친구는 아닙니다. 날마다 내가 물질적인 선심을 써야만 나를 가까이 해주는 사람 역시 친구는 아닙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는 친하지 않고 오직 나하고만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친한 친구냐면 그것만도 아닙니다.

 

 친구란 나의 속 마음을 털어 놓고 그 역시 타인에게 말할 수 없었던 속 마음을 털어 놓고도 뒤돌아서서 나의 말이 다른 애에게 전달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함께 울 수 있고 기뻐할 수 있는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 사람이 진정한 친구입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는 내 자신이 생활을 통해 남다른 면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친구를 독차지하려고 하는 좁은 마음은 곧 친구를 잃게 됩니다. 나의 아량과 이해심, 양보하고 믿어 주면서도 그를 위하는 마음, 들어주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지내다 보면 오늘 당장은 외로울지라도 시간이 지나다보면 나의 진실이 통하게 되고 내가 애쓰지 않아도 그들이 나를 친구로 사귀고 싶어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결국엔 마음 씀씀이가 깊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그런 사람이 인정을 받게 됩니다. 물론 인정받기까지의 기간은 고통스럽고 기다림이 있어야겠지만 그런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나무를 가꾸듯이 시간을 두고 가꾸어가는 마음을 갖는다면 추수 때는 큰 수확이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

 

  세상이 발달되어 가면 갈수록 모든 일은 전문화 되어 갑니다.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 하는 게 아니고 어던 분야 하나만을 깊이 관여하여 사는 세대가 될 것이고 나중에 더 세붐화되어 갈 것입니다. 즉 전문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외에는 다 무식하다고 합니다. 오늘 내가 공부를 잘하고 혹 못한다고 다 잘났고 다 못난 것도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나의 재능, 나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분명이 있습니다. 그 일을 발견하여 그 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만능 인간이 되고 싶겠지만 만능 인간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나도 잘하고 싶어요 / 김형모 / 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