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습니다.
들녘은 텅 비어가고
까마귀떼들은 어디선가 몰려왔다 다시 돌아가고
현장사람들은 두 눈만 남기고 갑옷으로 안전무장하였습니다.
매일 만나고 통화하면서
왠 편지냐구요?
우린 매일 만나고 얼굴을 맞대지만
서로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함께 하지만
서로의 깊은 마음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우린 일상적으로 서로를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당신은 당신 생각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나는 내 생각을 그저 떠오르는 대로 떠들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눈을 보지 않았고.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추워진 연후에야 한여름의 따뜻함을 그리워합니다.
어두워지고 나서야 빛의 밝음을 압니다.
자리가 빈 다음에 늘 있던 존재를 압니다.
우리는 오감으로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으로 느껴야 합니다.
당신에게 한 줄의 편지를 쓰며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편지를 기다리며
빛나는 별님을 가슴에 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