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이야기

편지

가랑비01 2012. 11. 30. 22:47

 

편지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습니다.

들녘은 텅 비어가고

까마귀떼들은 어디선가 몰려왔다 다시 돌아가고

현장사람들은 두 눈만 남기고 갑옷으로 안전무장하였습니다.

매일 만나고 통화하면서

왠 편지냐구요?

우린 매일 만나고 얼굴을 맞대지만

서로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함께 하지만

서로의 깊은 마음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우린 일상적으로 서로를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당신은 당신 생각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나는 내 생각을 그저 떠오르는 대로 떠들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눈을 보지 않았고.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추워진 연후에야 한여름의 따뜻함을 그리워합니다.

어두워지고 나서야 빛의 밝음을 압니다.

자리가 빈 다음에 늘 있던 존재를 압니다.

우리는 오감으로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으로 느껴야 합니다.

당신에게 한 줄의 편지를 쓰며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편지를 기다리며

빛나는 별님을 가슴에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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