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았습니다.
자유를 얻었습니다.
사람들의 가슴에 천사가 있었습니다.
뜨거운 열사의 사막으로 둘러쌓인 위대한천국은 하느님의 아들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직접 내려오셔서 건국하신 나라였습니다.
위대한천국은 넓고 푸른 호수와 끝없이 펼쳐진 기름진 초원으로 이루어진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천연 자원으로 축복받은 나라였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에 함께하시면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해온 위대한천국도 세월이 흘러 만여년이 지나자, 50여 년 전에는 태황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부정부패가 극심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국민은 세상에서 가장 못 사는 편에 속하게 되었고 거리에는 헐벗고 구걸하는 사람, 굶어 죽는 사람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위대한천국은 온 국민이 모여 새로운 태황을 추대하여 원로회의에서 만장일치가 되어 태황을 선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독재정치를 해온 태황은 직접선출로 차기 태황을 뽑겠다던 평소의 약속을 무시하고, 국가가 혼란하는 것을 막기 위한다는 명분아닌 명분을 내세워 자기 아들을 다음 대 태황으로 지명하여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태황 즉위식을 태양신의 축제일인 7월7일에 거행하기로 했습니다.
7월7일 태황궁에서 새로운 태황이 즉위하여 축배를 열고 있는 그 시각, 나라를 염려하는 뜻있는 각계의 대표 20명이 수도인 상경 복판에 있는 상경태극궁 옆 하얀교회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위대한민국 건국운동'을 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위대한민국 건국운동' 대표가 하얀교회에서 교회종을 타종하면 전국에 있는 모든 교회와 사찰과 서원에서 종을 치고, 꽃마차는 청사초롱불를 켜고 악기를 울리고 시민은 햇불을 밝히고 하얀 천을 흔들고 하얀천을 온 국가 구석구석에 매달아 '위대한민국 건국 운동'을 시작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하얀 교회의 종은 까마득히 높은 종루에 매달려 있어 하늘종이라고 불렸으며 만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청아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신비한 국보였습니다.
하얀교회에 각계대표가 모이자마자 정보를 입수한 포졸들은 상경태극궁 앞 광장 요소요소에 진압 포졸들을 배치하고 하얀교회를 완전히 몇 겹으로 에워 쌓습니다. 교회 안에서 대표들이 성명서를 낭독하려고 할 때 갑자기 사복을 입은 포졸들이 둘러싸고 하늘종 주위에도 사복 포졸들이 둘러쌓습니다.
상경태극궁 앞 광장은 매우 넓었고 여러 방면에서 오는 도로가 만나는 교통의 중심지였습니다. 상경태극궁 광장에 하나 둘 이름 모를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장 주위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게 모여든 사람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종이 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하얀교회에서 각계의 대표 33명이 사복 포졸의 호위를 받으며 포졸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얀교회의 정문을 걸어 나오자마자 정복 포졸들이 각계대표들을 에워싸고 순식간에 포도청 마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리고 갔습니다.
시민들은 우왕좌왕 종루를 애타게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갈팡질팡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인도해야 할 대표들이 연행되어 구심점이 없어진 군중은 포졸부대의 삼엄한 경계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우물쭈물 주춤거렸습니다.
그 때 '때~앵 때~앵 때~앵' 하늘종의 청아한 소리가 도심에 조용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종 소리에 맞쳐 전 시민이 합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꽃마차 청사초롱등이 켜지고 악기가 울리고 손수건이 흔들리고, 저 멀리 수많은 교회들과 사찰들의 종소리가 합하여 졌습니다. 햇불을 들고 있는 누군가의 입에서 '독재태황타도','직접선출'이 선창되었습니다. 선창에 따라 모두 하나가 되어 합창을 시작하였습니다.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뭉치기 시작하며 나라를 사랑하는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여러 방향에서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포졸은 수십대의 발사대를 이용하여 희부연 고추가루연막막탄을 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광장은 순식간에 고추가루연막탄 연기속으로 사라졌다. 이어서 수 천대의 소방마차가 나타나 군중들을 향해 물을 담은 항아리를 통채로 던졌습니다. 사람들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고 다치고 넘어졌습니다. 그리고 악명 높은 백골방패부대가 나타나 방패와 쇠파이프로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때리고 쓰러뜨렸습니다. 그 많던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잡히고 다치고 뿔뿔이 흩어져 갔습니다.
시민들 뒤를 백골방패부대들이 새까맣게 쫒아갔습니다. 엄청나게 몰려온 포졸들의 폭력에 밀려서 도망가는 시민들은 절망감에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그 때 맑고 가늘고 저음인 어떤 소리가 시민들에게 들렸다. 어디선가 포근하면서도 침착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방패부대가 어디에 숨어 있고 어는 쪽에서 쫒아오고 있는지 뚜렷한 목소리로 알려 주었습니다. 포졸들에게 그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게 들렸는데, 성능이 아주 뛰어난 확성기로 말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목소리는 하얀교회 하늘종 근처에서 들려왔습니다. 포졸들은 소리가 들려오는 하얀교회 하늘종탑 근처에 시커멓게 몰려가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 했으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소녀의 목소리는 상경 도심의 골목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했습니다. 여러 갈래로 흩어져 백골방패부대에 일방적으로 허겁지겁 도망가던 시위대는 목소리의 인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포졸들이 한쪽 시가지로 몰려가면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포졸들이 이족 쪽으로 몰려가면 또 다른 쪽에서 시위대의 구호가 커졌습니다, 몰려가고 몰려오고 몰려오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끊임없이 계속했습니다.
날은 시나브로 칠흙같이 어두워지고 시위대와 경찰은 컴컴한 밤거리에서 숨바꼭질을 계속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시위대는 교회, 성당, 사찰 안으로 피신하여 밤을 세웠습니다. 종교기관까지 난입하기를 꺼리는 경찰은 담장 밖에서 경비서는 모습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전국에서 몰려와 시위대와 합류하는 시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수천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상경태극성은 사람들로 가득차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포졸과 시위대가 뒤섞여 구별이 없이 하나가 되어 뒷사람에 밀리고 밀려서 모두 태황궁으로 밀려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태황은 하야를 하고 새로운 직선제에 의해 시민들이 직접 태황을 추대하고 선출하여 새로운 정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나라의 이름은 '위대한민국'이었습니다.
처음 일부 어린학생으로 시작되었던 시위가 많은 시민이 공감하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상경태극궁 광장에서 신비롭게 울린 교회 종소리와 천사의 목소리는 민주화 투쟁의 구심점이 되었고 신비로운 믿음이 되었습니다. 그 날부터 사람들은 상경태극궁 광장을 '천사의 광장'이라 부르고, 하얀교회 하늘종을 '천사의 종'이라고 부르고, 신비한 목소리를 '천사의 목소리'라고 부르면서 목소리의 주인을 계속 찾았습니다.
천사의 목소리는 도전과 투쟁을 통하여 민주화를 이룩한 위대한민국의 수호천사 전설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절박한 마음으로 알려 주는 소리였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바람소리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분수의 물줄기는
하늘로하늘로
은빛으로
춤을 추고
늘 변함없이
종소리는 울린다.
50년 전 그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비장함과 무한한 힘으로 다가와
소녀는 그렇게 처절하게 노래했다
종소리와 더불어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 시작하여 독재태황정이 무너졌고 새로운 민주 정부가 들어선지 5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위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부강한 나라가 되었고 가장 민주적이고 복지가 잘된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어린 여학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시위에는 안 간다고 치마를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시위현장으로 달려 갔습니다. 시위를 주재하기로 된 대표들이 무기력하게 연행되었습니다. 구심점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시민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종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종탑의 종이 되었습니다. 내 마음 속에 도심의 구석구석이 보이면서 안타까운 탄성을 지르게 되면 사람들이 알아듣는 듯 행동했습니다. 저는 어느 곳에 숨어 있었는데 군화 발자국 소리가 옆에까지 다가왔습니다. 저는 혼신의 힘으로 입을 손으로 덜덜덜 떨면서 막았습니다. 숨이 일순간 멎어 버렸습니다. 오십년이 지난 지금 이 나이에도 그 때를 생각하면 그 군화의 발자국 소리들이 들리면서 순간적으로 숨이 정지됩니다.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천사만이 알 것입니다.”
“나는 천사가 아닙니다. 그 순간에 천사의 기운이 나에게 내렸는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내렸는지, 아니면 우리 모두가 혼이 빠졌는지, 모두가 착각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 순간 마음이 하나가 되고 숨결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천만 시민이 모두 하나가 되게 되었습니다. 천사는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있었습니다. 간절함은 우리 모두를 하나되게 하였고 모두를 사랑하게 했습니다. 한마음이 되자 포졸과 시민의 구별이 없어져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 가슴에 천사가 있습니다.
(천사의 목소리/가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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