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미소

(미소36) 아빠와 장난감

가랑비01 2005. 7. 3. 23:57

 

                                

                                  <아빠와 장난감>
                                     2005년7월

 

                               예쁘게 안 보여서
                               아이들이 안 찾아오면 어이할까.

 

                               만나지 못 하고
                               아이들이 그냥 떠나면 어찌할까.

 

                               이렇게 놓으면 눈에 띌까
                               저렇게 놓으면 잘 보일까
                               옆으로 놓을까 뒤로 놓을까.

 

                               털고 또 털고
                               닦고 또 닦고.

 

                               네 친구는 언제 오니
                               네 친구는 언제 오니.

 

                               울고 또 웃으며
                               한친구 한친구 대화를 나눠요.

 

 

  장마비가 오락가락 하여서 매장에 찾아오는 형아와 동생들 발걸음이 뜸해졌습니다. 아빠가 어린이나라를 개점한지도 13년이 되어간답니다. 다른 지역에서 젖병과 여러가지 유아용품을 만들어서 유통을 하다가 이 곳 수유리에 어린이나라를 만들고 도매를 겸해서 장난감 판매를 시작했답니다.

 

 그 당시에 창고를 제외한 장난감 전문매장으로는 그 규모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들 정도였지만 그 동안 많은 대형 할인매장과 장난감 전문매장이 전국에 수 없이 들어섰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지역에 사시면서 수유리 일대에 연고가 있어서 찾아오신 분들은 우리 어린이나라에 꼭 들려 장난감을 구입해 갔답니다. 어쩌다 아빠가 우이동이나 인근에 배달을 나가시면 골목에 나와 있던 아이들이 모두 인사하고 아주머니들이 창문을 열고 골목까지 찾아왔다고 무척 반기어 주었답니다.

 

 동해안에 해수욕을 가서도 많은 손님들을 만났답니다. 동심이 형아가 학교에 입학하여서 학교에 갔더니 학생들이 줄줄이 몰려와 아빠를 아는 체를 해서 학교에서는 유명인사가 온 줄 알고 긴장했다는 믿을 수 없는 전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매장 앞을 지나는 아이들 중에서도 모르는 아이나 젊은 엄마들이 있답니다. 인터넷이 발달되고,대형 할인 매장이 계속 늘어나고, 쇼핑문화가 급속히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급격히 오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고, 경제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던 7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신세대 엄마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 방식은 그 전 세대에 비해 많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서민 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일반 서민들은 중저가의 장난감을 사는 것조차 마음에 부답스러워서 많이 망설이게 되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장난감을 구매해야 할 때에는 마트나 인터넷에서 쇼핑하면서 덤으로 한꺼번에 해결하고 동네 매장에 나오는 것을 번거로워 하는 경향도 약간 있습니다.

 

 예전에는 재래시장은 일요일날 매출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토요일이었습니다. 헌데 어느 날부터 토요일 매출이 줄더니 이제는 일요일 매출도 평일보다 못하게 되었습니다. 토요 휴무제의 시행으로 그나마 재래시장에 오던 발길이 금요일 날 간단히 쇼핑을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멀리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요 휴무제와 상관없는 직장에 다니는 서민들은 형편이 예전만 못해서 거의 소핑을 자제하는 편이랍니다.

 

한가지 덧붙여서, 그나마 드문드문 오던 차손님이 얼마전부터 강화된 주차 단속으로 도로가에 있는 일반 매장을 꺼려해서 도로가에 있는 매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서울시 용역 단속반은 차를 대자마자 바로 와서 주차위반 스티커를 발급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차 손님은 재래시장을 오기를 꺼린답니다.

 

 얼마 전에도 잠깐 차를 대 놓고 음료수를 사 먹고 오는 운전자, 껌을 사 가지고 오는 운전자의 차에 스티커가 부착되고 곧 견인차가 출동하였습니다. 이 경우 차를 대고 견인차가 출동하기까지 채 10분도 안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도로에 장시간 주정차를 하게 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고 교통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주차 단속이 이루어졌으면 싶습니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차의 단속은 누구나 수긍하는 일이고 운전자도 인정해야 하지요. 문제는 장시간 주정차를 하고 있으면서 단속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스티커를 발급당하는 차량은 10분도 안되서 스티커를 발급받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주차 단속 예고제를 실시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어떤 독특한 신호음을 내고 바로 경고 스티커를 발부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유를 불문하고 스티커를 발급한다면 객관적으로 주차 단속이 이루어지고 운전자 본인들도 인정하여 주차 단속으로 인한 다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단속을 하는 도로는 하루에 수 십 번 단속하고, 어떤 도로는 한 번도 단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교통 흐름을 감안하여 골고루 단속한다면 좋겠습니다.

 

 아이구, 이야기가 딴 길로 빠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장사 넋두리를 하두 많이 들어서 그냥 흥분했나 봅니다.


전에는 장난감을 아빠가 가져다 놓기만 하면 금방금방 골라 갔는데 이제는 장난감 친구들이 예쁘게 서 있어도 어린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두커니 서 있는 장난감을 보면 마음이 아프답니다. 내가 호기심이 생겨 잠깐 장난감을 만지려고 하면 아빠는 아이들이 즐겁게 가지고 갈거라고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게 한답니다.

 

어린이 나라에 모여 있는 모든 장난감 친구들은 아빠가 신중하게 하나하나 선택하여 가져오신답니다. 십오년을 장난감을 만지셨으면서 모르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또 장난감은 아이들 눈으로 보아야 한다고 가끔은 저도 아빠와 같이 장난감을 고르러 밖으로 나간답니다. 저에게 물어보고 저에게 골라 보라고 한답니다.

 

 아빠는 특별히 우리나라 제품을 고지식할 정도로 고집한답니다. 어린이나라에는 어쩔 수 없는 몇 가지 장난감을 빼고는 거의 우리나라 제품이랍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찾는 물건이라고 해도 기능이 떨어지는 제품, 고장이 잘 날 가능성이 있는 제품, 안전하지 않은 제품, 가격이 제품에 비해 비싼 제품이라고 판단되면 아예 가져다 놓지 않으신답니다. 오늘도 총알 나가는 비비탄 총과 레이저를 여러명 사러 왔는데도 위험하다고 팔지 않고 있답니다. 그래서 어린이나라는 손님이 엄청 많았는데도 돈을 많이 못 벌었다고 합니다.

 

제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장난감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아빠의 얼굴이 어두워집니다.
 "타고난 얼굴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얼굴 표정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항상 웃으라"고 아빠가 나에게 늘 말했지요. 아빠는 나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으라고 나의 본명을 놔두고 미소라고 부르면서 아빠는 자꾸 어두운 얼굴이 될려고 해요. 아빠의 얼굴이 그늘지면 저의 얼굴도 자연히 그늘져요.

 

아빠, 웃으세요.
세상엔 모두 자기 짝이 있답니다.
장난감 친구들도 곧 제 친구를 만날 거예요.
조금 늦게 올 뿐이예요.


오늘도 아빠는,
 예쁘게 세수도 시키고 운동도 시키고,
좋은 장난감이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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